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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서른 셋, 큰아들 생일

서른 셋, 큰아들 생일

지난주 토요일, 7월 15 일은 큰아들의 생일이었다.

1990 년에 태어났으니 큰아들은 올해 만 서른셋이 되었다.

 

1990 년 8 월 1 일에 나는 세탁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세탁소를 시작하기 전 달에 바로 큰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큰아들이 태어나고,

세탁소를 새로 시작한 1990 년은

내가 서른세 살이 되던 때였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서른세 살에 시작한 세탁소에서

햇수로 33 년 동안 세월을 맞고 또 보낸 것이다.

 

33이라는 숫자는

또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서 살다가 죽은 햇수와 맞물린다.

그러니 33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있어서

탄생과, 시작, 그리고 마지막, 부활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작과 마지막 사이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희생을 머금고 있는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올해 큰아들의 생일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큰아들은 어려서부터

자기 생일에 엄마에게 커피와 함께 아침 식사를 대접하는 것으로

생일 하루를 시작했다.

대학에 다닐 때도 생일이 여름 방학 동안에 있으니

그 전통을 꾸준하게 지킬 수 있었다.

일에서 물러난 나도 올해는 아들의 생일 아침 행사에 함께 했다.

 

아들이 살고 있는 Park Slope의 Variety Cpffee라는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로 간단하게 생일을 축하했다.

아내는 전날부터 불린 미역으로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미역국을 끓여서 아들에게 전했다.

 

그런데 아들에게 아내는 미역국과 함께

십자가를 하나 전달했다.

그 십자가는 내가 세탁소를 여는 날부터

마지막으로 세탁소를 떠나는 날까지

33 년 동안 세탁소에서 나를 위에서 굽어보며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참 많은 것이 그 십자가에 담겨 있는데

그 십자가가 큰아들에게 유산으로 상속된 것이다.

큰아들이 그 의미를 알고 있는지 그 여부는 모르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

그 십자가는 나와 함께 떠날 것이다.

 

아내는 자기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도 있으니

그 십자가를 큰아들에게 맡긴 것이다.

 

재산이 아닌 십자가를 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긴 것은 아내의 깊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큰아들에게도 아빠의 삶에 대해

넌지시 알려줌과 동시에,

하늘나라로 가는 나의 여행길에 외롭지 않게 길동무할 수 있도록

그 십자가를 맡긴 것이다.

유언과도 같은 아내의 부탁을

변호사인 아들은 틀림없이 잘 수행할 것이다.

 

나는 올해 아들의 생일에

다시금 나에 대한 아내의 사랑과 존경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랑스러운 아들의 생일에 아들뿐 아니라

아내의 존재에 대해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오늘도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