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에서 크리스마스 점심을

막내가 휴가를 왔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올 해는 말 그대로
아이들 모두 따로따로 크리스마스를 지낼 뻔했다.
다행히도 큰 딸 네는 차 두 대가 들어가는 차고를
리빙룸처럼 꾸며 놓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를 맞아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방문객들은 차고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프로젝트를 설치해
가끔씩 사위의 친구들도 일요일에
이 곳에서 미식축구 경기를 보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이브부터 눈 대신
비가 줄곧 내려 크리스마스 당일 한 시까지 내렸다.
우리 식구가 다 모이는 줄 알았었는데
셋째 딸 부부가 도미니카에 가 있는 까닭으로
첫 째 딸네 식구와 둘째 딸,
그리고 큰 아들 부부와 막내아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전부였다.
둘째 딸과 함께 막내아들을 데리고 큰 딸 집으로 가는데
동행이 있었다.
몰티즈 강아지 한 마리였다.
얼마 전에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키우다 이태 전에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벨라와 생긴 것이 아주 비슷한데
처음으로 자기를 받아준 둘째 사위에게
집착에 가까운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동물도 그러한데 사람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어린 나이에 버려진 아이들 생각에 미치자
가슴이 아팠다.
다행하게도 그 강아지는 둘째네 입양이 되어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고 있다.
클레멘타인이라는 이름 대신에
Dr. Bide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 강아지는
우리 식구들에게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딸네가 준비한 베이글과
큰 아들이 사 온 던킨 도넛과 커피를 곁들여 간단한 점심 식사를 했다.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식사였지만
우리 함께 모여서 같이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면
음식이야 뭐 대수일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Home Alone 2'를 함께 보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과
또 가난하고 혼자여서 외로운 여인이 등장하는 영화인데
묘하게 'Dr. Biden'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낮은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는
영화에 등장하는 외로운 여인의 모습이기도 하고
버려졌던 'Dr. Biden'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게 가슴이 찢기고 버려진
외로운 존재들을 위해 크리스마스가 있는 것이다.
우리 큰 손녀 Sadie는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는데
그 머리를 잘라서 소아암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가발을 만드는 데 기증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차고 안이라고는 하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더 이상 차고 문을 열어놓고 영화를 보는 건 무리인 것 같아
영화 중간에 서둘러 자리를 떠야 했다.
우리 식구들이 세상의 외롭고 아픈 존재들을 위해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차가워지는 바깥공기와는 달리
차 안은 따스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손녀 Sadie가 우리에게 직접 그려준
크리스마스 카드 때문에
내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Sadie와 Desi, 그리고 아내와 내가 등장하는 카드에는
Sadie의 사랑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그 귀한 그림카드 때문에,
아니 Sadie의 마음 때문에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떨치고 있어도
2020 년의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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