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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정동원의 할아버지와 Sadie의 하버지

정동원의 할아버지와 Sadie의 하버지 

 

코로나 바이러스는 셀 수 없이 많은 면에서

내 삶,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그 변화 중 하나가

그런 음악 장르와는 무관하게 살던 내가

트롯이라는 음악 장르에 대한 이해와

또 트롯 가수에 대한 제법 방대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오후 일곱 시까지 열던 세탁소의 문을 

다섯 시까지만 열게 했다.

당국의 규제 때문이 아니라 출퇴근하는 손님들이 거의 없으니

그리 늦게까지 문을 열어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저녁이 있는 삶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른 저녁을 먹고 한 시간 산책을 하고 돌아와도

잠자리에 들 때까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널널한 시간이 우리를 맞았다.

 

한국에서 날아오는 트롯의 열풍은

태평양을 건너 우리 집까지 배달이 되었고

우리는 저녁의 여백을 트롯의 흥으로 채우며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가 세금처럼 부과하는

걱정과 근심의 끈을 어느 정도는 느슨하게 할 수 있었다.

 

여러 가수들 중에서도 어린 소년이 하나 있는데

정동원이라는 가수다.

그 해맑은 미소와 노래를 소화하는 능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우리 부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별히 그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나도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가슴에 찡해지는 걸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할아버지의 손자에 대한 사랑이

현재의 정동원이 되게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동원이의 해맑고 사랑스러운 면이

할아버지에게는 늘 기쁨의 샘물이었을 거이다.

 

나에게는 세 명의 손주가 있는데

특별히 제일 위인 Sadie에게 유독 마음이 끌리는 걸 어찌할 수 없다.

 

내가 Sadie를 보러 갈 때면(2-3 년 전)

늘 커피 한 잔을 부탁한다.

아직 할아버지에게 진짜 커피를 선사할 정도의 나이가 아님에도

Sadie는 자기의 장난감 부엌에서

정성스레 커피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 잔에 담아

나에게 대접을 한다.

 

그런데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Sadie의 커피를 마시며

내가 감동을 하는 것은,

그리고 '정성스레'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내 손에 들려 있는 비어 있는 빈 커피 잔을 채우는 시간 때문이다.

하버지의 부탁이 떨어지면

그냥 빈 커피잔을 들고 와도 될 것을

내 손에 커피잔이 배달되는 시간이 3-4 분 걸린다.

그 3-4 분 동안 Sadie는 소꿉장난하는 식으로

물을 끓이고 커피를 타는 애씀을 통해

내게 빈(?) 커피잔이 전달되는 것이다.

 

할아버지에게 대접하는 커피 한 잔을

Sadie는 허투루 하지 않고 마음과 정성을 담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 빈 커피잔을 

한 모금씩 정성으로 마신게 된다.

내가 빈 커피 잔을 비우는 것도 5 분 정도 걸린다.

손녀의 정성에 화답하는 나의 시간, 5 분.

 

내가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면(어디까지나 가정이다.)

그것은 많은 부분 Sadie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에 시간과 사랑을 쏟는 Sadie의 마음을 떠올리며

그냥 스칠 일도 한 번 더 보게 된다.

 

내 마음과 정성을 들여서 이일을 하고 있는지,

내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주위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마음의 깃을 여미게 된다는 말이다.

 

내가 세탁소에서 마시는 커피가 다 떨어졌다.

오늘 아침 눈이 내린 뒤

Sadie의 커피 한 잔이 몹시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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