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티브'여서 운수 좋은 날
막내아들이 휴가를 나왔다.
응당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가 시작된 후로는
아들은 잠재적인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데리고 왔다.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하니
마음도 가까이하기가 어려워졌다.
반갑고 그리운 마음과 더불어
걱정과 근심의 마음도 함께 생기니
아들을 태하는 태도가 여간 엉가 주춤한 게 아니다.
막내가 휴가를 왔으니
다른 형제들과도 만나야 할 것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찾아뵈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니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아니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막내는 휴가 오기 이틀 전에 검사를 받았는데
물론 아무런 이상이 없었단다.
그럼에도 제일 먼저 바이러스 간이 검사 키트가 있는
둘째 딸 집에서 검사를 받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아야
앞으로의 휴가 계획을 진행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내와 나 그리고 막내아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둘째 딸네 집으로 향했다.
딸과 사위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사위는 우리가 도착하자
거실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사위의 행동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둘째 부부에게 우리 모두는 잠재적 감염자였던 것이다.
막내아들, 아내, 그리고 내 순서로
간단한 검사를 했는데
아들과 아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그런데 정작 문제가 된 것은 내 검사 결과였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 것도 아닌
아주 어정쩡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동네에 검사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다.
사위도 맞장구를 쳤다.
"Better being safe than being sorry."
뒤늦게 확진되어서 후회하지 말고
빨리 검사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순간부터 입을 다물고
밑으로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계속 당겨서
확실하게 내 코 위 윗부분까지 넉넉하게 가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가족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서러운 경험을 해야 했다.
휴가를 와서 이런 사단의 원인을 제공한 막내아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휴가를 오지 않았으면 이런 검사를 받을 필요도 없이
평범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긁혀서 부스럼이 생긴 격이었다.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굳건한 신념도
서서히 묽어지고
머리도 조금씩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딸 동네에 있는 의료 기관으로 가서 검사를 받기로 했다.
생각 같아서는 검사를 회피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었다가
아이들에게 지탄을 받고
회복할 수 없는 관계의 손상을 입을 수도 있어서
'Sorry'보다는 'Safe'를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언제부터 효도는 부모님께 하는 것이 아니라자식들에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둘쩨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의료기관에 가니
정확하게 열한 명이 거리를 띄고 줄을 서 있었다.
나중에 안으로 들어가 보니실내에서는 다섯 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양쪽 코 안에 면봉을 넣어서 하는 바이러스 검사는
기다리는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에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한 시간 반 정도 바깥에서 기다린 시간과
검사비 125 달러를 일요일 오후에 안전(Safe)을 위해 사용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도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세 시간 동안
나는 마스크를 한 채
코로나 바이러스의 증세가 막 시작이나 한 것처럼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가만히 참고 있었다.
결국 의료기관에서 온 전화는
나를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해방시켜주었다.
검사 결과는 'Negative'였다.
'negative'라는 단어는 '부정'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하자면 단어 자체도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데
전화기 속에서 흘러나온 'negative'라는 단어는
내게는 구원이었고, 잠시 접촉 불량이었던
가족 간의 관계 회로를 복원하는 접착제 역할을 해주었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마스크를 벗지 않고
세탁소에서 일을 했다.
어제의 해프닝 때문에 더욱 더 방역과 안전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적어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Negative'해야 함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그를 위해 마스크 쓰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요한 밤 (0) | 2020.12.25 |
---|---|
혼자 해! (2) (0) | 2020.12.22 |
빗속에서 노래를(Singing in the Rain) - facebook 4 년 전 기억 (0) | 2020.12.18 |
생활의 달인 (0) | 2020.12.09 |
주님의 길을 닦아라 - 대림 제 2 주일 (2007) (0) | 2020.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