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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길은 어디에 - Canada Cruise (2007 년)

       
길은 아무 데도 없고

길은 결국 아무데나 있다       -서정주의 바다중에서

 

 

저희 부부는 아들 둘을 데리고

독립기념일을 끼어서

캐나다로 cruise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몇 년 동안 가족끼리 휴가를 가질 못해서

작년부터 준비를 하고 작정을 해서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뉴욕항을 떠나는 시간이 오후 느지막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배가 항구를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배의 맨 뒤쪽에 위치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물 위에 배가 지나며

뱃길을 만드는 것을 신기롭게 바라보았습니다.

그 물살 위로 저녁 햇살이 반짝였습니다.

 

 

우리가 탄 Carnival Victoria라는 배는

대서양 연안으로 해서 캐나다의 St. John이라는 항구 도시와

Halifax라는 곳을 향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특히 배에서 사흘 밤인가를 자고 도착한

Halifax 지방의 Pegy’s Cove라는 곳은

너무 경치가 아름다워서 두고두고 등대와

그 주변의 풀꽃들의 모습이 제 마음을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 거예요.

예쁜 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 욕심이 났지만

배의 승선시간을 맞추어야 하니 아쉬움만 남기고 발길을 돌릴 수 밖 엔요.

 

다시 찾으리라 맹세도 했지만

헛맹세가 되기 쉬우리라는 생각에 돌아오는 길 내내

제 눈길은 앞을 향하기보단 뒤로만 쏠리는 걸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배로 돌아오는 길에 타이타닉호에서 희생되었던 사람들의 무덤에 들렸습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고가 났던 관계로

그 고장 사람들이 구조 활동을 했던 모양입니다.

해양사고로 숨진 사람들의 무덤을 보아서인지

다시 배에 오르는 발길이 내려설 때처럼 그렇게 가볍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돌아오는 길엔 제법 높은 파도가 뱃길을 가로막았습니다.

여행 내내 별반 배에 타고 있음을 거의 의식하질 못했는데

그날 밤은 서 있으면 이리저리 휘청댈 정도로 배가 흔들렸습니다.

그날 밤 전 밤바다를 보려고 맨 꼭대기에 있는 갑판으로 올라갔습니다.

 

밤바다는 어둠마저 훅 불어 꺼버린 듯 어두웠습니다.

배에 켜진 불빛만이 그 넓은 바다의 유일한 빛이었습니다.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어둡고 길도 없는 밤바다를 제대로 가고 있는지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낮에 보았던 타이타닉호의 희생자들의 묘지의 광경이 자꾸 눈 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어둠 때문에 보이는 것도 없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파도가 배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밖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이 어둠처럼 깊은 잠 속으로 잠겨 들었고

나 혼자만이 어둠 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못내 두렵고 고독했습니다.

 

그때 칵테일파티에서 보았던 이 배의 선장님 생각이 났습니다.

수십 년을 바다에서 배와 함께 살았던

시간의 흔적인지 머리가 하얗게 센,

그러나 강인한 인상을 주던 이탈리아 출신 선장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자신감에 차서 자기의 Staff들을 소개하던 그분이라면

이런 파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미치자

절 감싸고 있던 두려움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게 아니겠어요?

선장님과 또 다른 승무원들만 믿고 있으면

그분들이 다 알아서 우리를

우리가 떠나왔던 뉴욕항에 데려다 줄 거라는 믿음이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죽음이라는 어둡고 길도 없는 밤바다에

길을 만드시고 생명의 길로 건나가신 분-----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교회라는 배의 선장님이십니다.

허무와 죽음의 바다에 배를 띄우셨습니다.

그리고 그 배를 탄 사람들이

당신만 믿고 따르면 그

어둡고 허무한 죽음의 바다를 건너

빛과 희망의 나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그날 밤 저는 확실히 갖게 되었습니다.

 

그분이야말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기 때문입니다.

 

 

       

-뉴욕 가톨릭 방송 원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