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 - Love is Blue
날씨는 상쾌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히 위험한 존재로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어도
가을이다.
가을이 주는 그 산뜻하고 정신이 선명해지는
기운은 예외 없이 올 해도 나를 찾아와 주었다.
수십 년 동안 노동절 주말은 외박을 했는데
올 해는 집에서 조용히 보냈다.
사실은 오늘 아침 아내와 일출을 보러 바닷가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내가 일찍 일어날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내가 침대에서 등을 떼고 일어나자
아내는 혼자서라도 바닷가에 다녀오겠다며
외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출은 포기하더라도
산소가 많이 포함된 바닷가 공기는 여전히
값을 지불하기 않고도 맡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나도 서둘러 외출 채비를 하였다.
전날 오후부터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두통을
몰아내기 위해서라도
바닷가의 때 묻지 않은 신선한 공기를 네 허파 속에
풍선에 공기 채우듯 그렇게 가득 채워올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
미국에서는 메모리얼 데이로부터 공식적인 휴가철이 시작된다.
그리고 오늘 노동절에 막을 내린다.
그 말은 주립 공원 같은 곳에는
오늘까지만 주차 요금을 받는다는 말이다.
내일부터는 주차요금을 받지 않는 대신에
공공 서비스(화장실 등등--)가 대부분 제공되지 않는다.
그러니 날씨만 허락한다면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은 전국 어디나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우리는 올 3 월에 이사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Rockway Beach로 향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이사 일정도 미루게 했다.
언제 완성될지도 모르는 우리 콘도(한국의 개인 소유 아파트) 건물을 지나
바닷가에 이르는 소로에 이르렀다.
하늘은 푸르렀고
그 빛을 받은 바다의 빛깔 역시 푸르렀다.
마음도 푸르게 물이 들었다.
'Blue is the warmest Color'
언젠가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바다에 누워 있는 장면인데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모습으로 누워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다, 그 푸른 자유는
모성이고 그 모성이 가지고 있는 자궁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다는 무한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했다.
바다는 사랑이고,
그 바다는 참 맑게 푸르렀다.
'Love is Blue'
바닷바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푸른 바다의 색 때문이었을까?
바다를 떠날 때쯤
전날부터 내 머리 안을 안개처럼 점령하고 있던
끈적끈적하던 두통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늘과 바다는 여전히 푸르렀고
우리를 거슬러
사람들은 꾸역꾸역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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