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은 중부 뉴저지에 있는 'Orchard View lavender Farm'에서 하기로 했다."
라고 쓰기는 했지만 그것은 온전히 마님의 의지였다.
어디면 어떠랴,
이미 내 의지의 골격은
통조림 깡통 안의 꽁치 뼈처럼 흐물거리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통조림 안 꽁치의 뼈를 바다 속에 있을 때처럼
싱싱하게 되돌릴 수 없는 것과 같이
내 의지의 뼈들은 이미 연체 동물처럼 사라진 지 오래다.
아침 다섯 시 눈을 뜨면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아침 공기가 무척 상쾌했다,
뉴저지에 들어서고 얼마 되지 않아 전원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 저지 주의 닉 네임이 'Garden State'인데 허투루 지은 것이 아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막 떠 오르는 햇살에 나뭇잎들과 농작물들이 싱그럽게 녹색을 반사해내고 있었다.
햇살에 빛나는 녹색.
보이지 않는 신선한 공기는 코로 들어와 페를 통해 혈관을 흐른다.
햇살에 반사된 싱싱한 녹색은 눈을 통해 내 안으로 들어와
혈관 속을 흐르는 것 같다.
아마도 내 안에는 싱싱한 초록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는데는 1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농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시작되는 곳에
간판이 있고
작은 바리케이트가 길의 반 정도를 막고 있었다.
마님은 씩씩하게 농장 쪽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예상과 달리 농장은 입구에서는 보이질 않았다.
나는 자세히 농장의 간판과 안내판을 들여다보았다.
금. 토. 일 - 이렇게 3 일 동안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공개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런 조건도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나 같으면 이쯤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차를 돌린다.
그런데 역시 마님은 마님이었다.
마님께서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무작정 출발한 것이었다.
그리고 사유지인 농장 쪽으로 거침없이 발걸음을 떼었고
내가 안내판을 분석하는 동안 유유히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우리의 행위는 일종의 사유지 무단 침입인데
혹시라도 발각되면 주인이 경찰을 부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면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을 졸릴 수 있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는 아무런 보장도 없었다.
"I can't breath!"라는 신음이 내 입에서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마님은 10 분 정도 있다가 무사히 귀환을 했다.
"여러 종류의 라벤더를 심어 놓았는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라고
아내는 담담하고도 뻔뻔한 어조로 상황 설명을 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보랏빛 라벤더 사진을 한 번 찍어보려는
내 나름대로 흑심이 아주 없지는 않았으므로
조금 실망이 되었지만
아무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세상만사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얻은 교훈이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괜찮은 것이
내 눈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냥 또 길을 가는 것이다.
가면서 그 동네 이 곳 저곳을 들렸다.
1846 년에게 세워진 교실 달랑 하나인 학교며,
오래된 용광로가 있던 건물,
오래된 기차역과 기차, 등등.
그런 것들은 내가 은퇴한 뒤
내 사진의 소재가 될 것들이다.
-소멸해 가는 것들의 애잔함-
돌아오는 길에 큰 딸네 집에 잠깐 들러서 손주들 얼굴을 보았다.
교실 하나인 학교.
1846 년엔가 설립.
어린 옥수수
용광로가 있었던 건물
국가 사적지로 지정된 기차역과 기차.
시골엔 이런 풀꽃들과 만나는 기쁨이 있다.
마님은 집을 나서며 물이 든 병을 하나 챙겼다.
들꽃을 꺾어 챙기기 위한 것이다.
마님은 다 계획이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의 Stroudsburg.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거리에 이 곳 출신 전사자들의 사진을 걸어 두었다.
스타벅스 커피를 사느라 잠깐 서 있다가 눈에 들어온 광경.
사진 속의 인물은 한국 전쟁 중에 전사했다.
Penny는 낯을 가린다.
할머니와의 어색한 관계 때문에
호시탐탐 울 기회를 노리고.
이별의 순간이 오자 손자
Desi는 벌써 가냐고 하버지 할머니와의 이별에 서러워한다.
지난번에도 그랬는데
Holland Tunnel 건너기 전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뉴욕 다운 타운
Key Lime Pie 한 판.
지난주 들렸던 Red Hook의 Hoek 피자 식당에서 피자 주문.
-
공사장 소화전에 올려 놓은 (Cone)고깔 때문에
- 다른 느낌이 난다.
- 이디오피아 왕(?) 람세스 몇 세 쯤 되는 이가 공사장을 지키고 있는 줄.
-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Brooklyn Atlantic Ave. 풍경
'Black Lives matter'
시위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의 상점,
나무판자로 유리창을 막았다.
'여행 이야기 > 미국 여기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로 때운 등산 - Whiteface Mountain (0) | 2020.07.13 |
---|---|
죽은 자들의 마을을 거닐다 - Green-Wood Cemetery (0) | 2020.07.02 |
사진으로 보는 Lake Champlain (0) | 2020.05.28 |
Coney Island 저녁 산책 (0) | 2020.05.01 |
Woodstock -느린 삶 (0) | 2019.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