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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우요일 사진일기

며칠 동안 비가 이어졌는 지 기억조차 없다.


날씨에 따라 마음이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우는 것이

나의 경우 참 유별난 것 같다.

그냥 비 오는 동안 동면처럼 긴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걸 '우면'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둔 비가 내릴 때면 우면에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설사 우면이 죽음으로 이어질지라도

좋을 것 같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 습관처럼 창 밖을 보니 역시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축구를 할 수 없어서인지

창 밖의 비젖은 어둠이 내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내 기척에 잠에서 깨어난 아내가

머리를 깎자고 했다.

그 말에 내 마음이 산뜻해지는 것 같았다.


내 몸의 일부를 잘라냄으로써 얻어지는 

마음의 산뜻함 때문에

우면에 빠지고 싶었던 게으른 욕망을 걷어낼 수 있었다.

(내 인상의 산뜻함이 얻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아침 10 시.

반가운 얼굴들과 클로스터에서 브런치.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눌길들과 마주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나의 그들에 대한 시선도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질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에 내리는 빗방울은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처럼 그리 둥글지만 않다는 생각을 했다.


흔들거리며 마음 속에 내리는 빗방울을 받아내며

고인 물방울이 고요해지길 기다리는 것 같다.

이럴 때 시간은 약이고,

구원이다.


오후 여섯 시에 다시 저녁 약속이 있어서

그 사에의 황망한 시간을 죽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Bohemian Rhapsody'


영화 속에서도 비가 내렸다.

그 비는 이별이기도 하고

더 크게 말하면 운명이기도 했다.


비 내리는 날,

마음에 고이는 빗물,

그 파문이 사라지길 바라며 보내는 시간이 인생이란 걸 깨달았다.


내 맘 속에 빗물이 고이고, 

또 내리는 빗방울 때문에 끊임없이 파문이 생긴다.

그 파문은 내가 숨쉬기를 그칠 때까지 계속된다는 단순한 진리.


스크린에서 영상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영화관 밖으로 나오니

비는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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