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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추억 되밟기- Big Meadows (오후, 저녁)

추억 되 밟기- Big Meadows (오후, 저녁)


작년 이맘 때였다.


환갑을 맞아 동서 횡단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새벽 일찍 출발해서

쉐난도 국립공원 내의

Skyline Drive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Skyline Drive는 Blue Ridge Mountains 중

쉐난도 국립공원을 산 정상으로 잇는 105 마일의 2차선 길이다.

좁은 산길을 가다가

갑자기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을 만났는데

그 곳이 바로 지난 주말에 다녀 온 Big Meadows다.


늦가을의 해가 뜨고 얼마 되지 않은 그 곳은

몇 가지 종류의 풀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었는데

가을 햇살을 받아 울긋불긋 고운 빛을 띄고 있었다.






길 옆에 차를 세우고

두어 시간 사슴처럼 놀다 왔는데

언제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아내와 함께 나누어 가졌다.


그 곳을 다녀 온 지 1 년 쯤 되어

지난 주말에 다시 그 곳을 찾았다.


335 마일, 약 540 킬로 미터의 거리인데

산길을 가야 하는 걸 감안하면

거의 6-7 시간 동안 운전을 해야하는 것이 부담이 되긴 했어도

고운 추억의 시간을 다시 새롭게 하는 데

7 시간 정도 투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살아가며 가치를 두는 일이 

꼭 돈이나 시간일 필요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사람은 살아가며

추억을 꺼내어 반추하며 살기도 하는데

그것이 큰 힘과 위로가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뛰어난 절경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너른 풀밭의 고운 색깔을 마음에 품고 우리는 

토요일 아침 여덟 시에서 아홉 시 그 어는느언저리에 집을 떠났다.







Skyline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 

산 아래를 볼 수 있는 View Point가 있다.

우리가 간 그 날은 푸른 하늘에 휜 구름에 7할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시간은 구름의 속도로 흘렀다.





우리가 묵을 Big Meadows Lodge에 Check-in.

우리는 더블 베드 두 개와 

아주 작은 화장실이 딸린 통나무 집에서 묵었는데

샤워할 때 타이머가 8 분이 지나면 물의 공급이 끝나도록 맞춰져 있었다.








이 들판의 많은 부분을

이 목화같은 식물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마치 바람에 흰 머리카락이 나부끼는 것처럼 보였다.




구름처럼 언덕을 넘어가는

어느 가족.




















가을 풀빛

백반과 함께 짓 이겨 싸맨 손톱의 봉숭아 물빛처럼

내 마음에 물들었다.


아주 오랫 동안 지워지지 않을, 

그런 빛깔.




풀밭을 거닐다 보니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다.


지난 주에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금요일에 잠을 거의 자지 못한 까닭으로

머리가 지끈거리고

뒷목이 뻣뻣했다.


해가 지면서 기온이 곤두박질쳤다.

카메라를 든 손이 시렸다.





멋진 일몰을 기대했지만

아기를 감싼 포대기처럼 

구름이 해를 감고 저 산을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밤이 왔다.


일기예보는 밤 새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온다고 했다

별보기는 생략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주위에 어둠이 깔리자

세상은 동물의 왕국이 되었다.





무슨 일 때문이지 뿔(?) 난 사슴들.


나도 아내도 육신을 지탱하기 힘이 들었다.

감기 기운에다

전 날 가게 컴퓨터가 말썽을 일으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샜고

덩달아 아내도 눈을 붙이지 못 한 까닭이었다.


오기 전 아내는 별빛을 보며

밤에 하는 트레킹을 생각했는데

몸도 몸이거니와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다 포기하고 말았다.


풀밭에 내린 고운 가을빛을 꼭 끌어 안고

일찍 잠 속으로 빠졌다.(방에는 TV도 없었다.)


우리 꿈도 그런 빛으로 물이 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