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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Norwalk CT. - SONO의 공원 한 바퀴

지난 주말엔 코넥티컷 주의 Norwalk라는 곳을 다녀왔다.

우리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바닷가 마을이었다.

일요일 아침 축구를 마치고,

미사에 다녀와서

바로 코넥티컷으로 출발을 했다.


가는 도중 폭우를 만났다.


아내는 오후에 배를 타고

어느 섬에 가서 세 시간을 머물 계획이라고 했다.

섬에는 아름다운데 등대가 있어서

제법 분위기가 좋을 것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등대------


왜 나는 등대라는 말을 들으면 

맥을 못 추는지 모르겠다.


'등대지기'라는 노래와,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라는 시에 나오는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라는 구절에서 풍기는

외롭고 허무한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등대는 늘 혼자였다.


우리는 일단 섬으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선착장을 확인하러 갔다.


비는 어느새 그쳤다.


배가 출발하는 시간은 오후 세 시 반,


무얼 하기에도 아주 애매한 시간이어서

선착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로 했다.


공원 같은 곳이 있어서 그 곳에 주차를 하고 

주변을 걸었다.


비가 뿌리고 난 뒤의 공원엔

가을이 한 걸음 더 가까이 온 것 같았다.




새벽 축구하러 가면서----



차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거기서 만난 작은 공원.

흐린 날씨 때문에 흑백과 칼라가 공존한다.

바람에 바닷가의 풀이 흔들린다.



공원에 내리자 보이는 나뭇잎.

뉴 잉글랜드 지방의 일찍 가을이 온다.




공원을 어슬렁 거리다

빗방울을 이고 있는 풀잎을 만났다.


가만히 

자세히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예뻤다.





아치형의 다리 위를 건너면 공원.

폭우에 작은 나뭇잎들이 다리 위를

수 놓았다.




우리가 가려던 섬이

"Sheffield Island'였다.









다리 위에서 바라 본 풍경

이 다리는 영도 다리 같은 도개교(Draw Bridge)다.

다리 위에는 작은 오피스 같은 것이 있었는데

중년의 남자가 책상 위에 도시락 가방을 놓고

무언가 서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은근 부러웠다.

하루에 다리를 들어 올릴 일이 몇 번이나 될까?


그냥 놀고 먹는 것 같아서

그 사람이 있는 곳에 슬그머니 나를 밀어 넣었다.

물론 생각만으로----


세상에 쉬운 일이 없음을 잘 알면서도

이런 유치한 생각을 하는 것은

이제는 좀 쉬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공원에는 언덕이 있었는데

꼭대기에 이르니

눈에 익지 않은 동물 두 마리가 황급히 숲속으로 도망을 쳤다.



아내는 그 흔한 강아지풀이 예쁘다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언덕 위엔 이런 방향 표시가 된 모자이크가 있다.




다리 위엔 차가

다리 밑엔 백조가






강가의 풀이 폭우 때문에 누었다.

김수영의 시 '풀'


이 시를 읽으며 울고 싶었던 시절이 생각났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붉은 벽돌 건물이 수족관이다.

사람 몰릴 이유가 전혀 없는 이 마을이

번잡한 까닭은 바로 저 수족관 때문이다.

미국에서 몇 번째로 크다는데----




다리를 건너 가니

강 옆에 작은 공원이 있었는데

''Constitution Park'라는 동판이 붙은 국기 게양대가 있고

바로 그 옆에 나란히

쓰레기 통이 있었다.



물옆의 나무는 

이끼를 모피처럼 두르고 있었다.



green green grass.

그 위의 green 띠를 두른 플라스틱 물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