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뉴왁 리버티 공항
포루투갈을 올 겨울 여행지로 삼은 것은
순전히 마님의 입김 때문이었다.
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땐 아일랜드로 가기로 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포루투갈로 행선지가 바뀌었다.
그 사실을 알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나는 늘 '떨레떨레' 따라 다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단지 가게 손님 중 아일랜드에서 온 청년의 발음을 따라
아일랜드 사람들 발음 연습을 해 두었던
몇 가지 단어를 써 먹을 기회를 놓친 것 빼곤
내가 억울해 할 일은 전혀 없었다.
겨울의 아이랜드가 몹시 춥다는 소식을 들은 마님이
슬그머니 행선지를 바꾼 것이다.
(마님이 무서워하는 건 남편이 아니라 추위다.)
둘째 딸의 친구인 Jeff가 포루투갈로 여행을 다녀온 사진을
자기 페북에 올렸는데
그곳이 그리 좋아보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마님과 Jeff는 페북 친구 )
겨울에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
그 또한 괜찮은 생각이었다.
포루투갈이라------
솔직히 난 포루투갈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몰랐다.
정신을 집중해서
포루투갈과 관련된 모든 것을 떠 올리려 해도
쉽게 나타나질 않았다.
스페인의 축구팀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와,
내 어릴 적 자주 듣곤 했던 벤피카의 에우제비오(유세비오라고도 했다.)
그 두 사람이 포루투갈과 관련되어
내 머릿속 검색을 통해 나타난 전부였다.
그것도 축구와 관련된 인물 달랑 둘이라니---
내 지식이나 교양의 미천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무렴 내가 고작 이 정도 밖에?
예서 말 수는 없었다.
우주의 기운을 모아 머리를 쥐어 짠 결과
옳거니, 또 하나 포루투갈 연관 검색어가 나타났다.
'파티마'
세 어린 아이에게 모습을 나타나서
유명해진 성모 마리아의 발현지.
이 세 가지가 내가 포루투갈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다행히도 포루투갈에 가기 위해서
포루투갈 관련 상식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됨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몰랐다.
이렇게 함량 미달자인 내가
말도 다른 이국 땅을 여행할 수 있음은
오로지 마님을 비롯한 일행(동서와 처제) 덕이다.
낯선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도 겁 없이 다닐 수 있는 것은
서로서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도 이렇게 어깨를 기댈 수 있는 동반자가 있음은 축복이다.
포루투갈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우리는
드디어 포루투갈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월 8일 일요일 저녁 6시 50 분.
'Portugal Tap'이라는 항공사의 비행기였다.
빨간 색과 연두 색이 들어간 승무원의 복장이 산뜻했다.
마님에게 디자인이 산뜻하다고 말했더니
시큰둥 한 반응이 돌아왔다.
이후로 나는 포루투갈 탭 항공사 승무원 복장의 다지인이 산뜻하다고
공식적으로 말 해서는 아니된다.
왜? - 마님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승무원들의 복장으로 미루어
포루투갈 국기에 빨간 색과 연두 색이 들어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했다.
뉴왁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여섯 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을 날아서
우리를 포루투갈의 수도인 리스본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다.
4700 Km
입국 수속을 하는 줄이 길었다.
유럽의 어느 국가 보다도
입국 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
공항 내부는 넓직하게 뚫려 있고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단순한 실내 장식 때문에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만 포루투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타일을 이용한 벽 장식이 이채로왔다.
밖으로 나오니 멀리 하늘이 발그스름하게 물들고 있었다.
리스본 공항은 잔 재주를 부리지 않은 아주 단순한 형태.
타일을 붙힌 벽만이 포루투갈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공항 밖.
멀리 동이 트고 있었다.
마드리드 공항에서처럼
디젤 연료의 매연 때문에 코가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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