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Woodbury Outlet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


바로 쇼핑길에 나서는 마님을 동반하는 나의 신세가 꼭 그렇다.

쇼핑 자체에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죽기보다 싫은 것이 쇼핑에 동반하는 일이다.


마님도 이런 나의 성향을 잘 아시는 지라

쇼핑을 가자고 부탁(명령)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크리스 마스가 멀지 않았으니

식구들 선물을 사기 위한 쇼핑을 가자는

마님의 지극히 건전한 제안을 따르지 않을

어떤 구실도 없었다.


목적지는 Woodbury Outlet.


한국인들을 위한 관광 상품에도 

Woodbury Outlet 방문이 들어가 있다는데

나에게는 별 흥미의 대상이 아니다.


축구를 마치고 

둘째 동서 부부와 길을 나섰다.

집에서 3-40여 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그 곳을

마님은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가끔씩 다녀오곤 했지만

나는 마지막 방문으로부터 10년 쯤 되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어도

이미 주차장은 변두리 조금을 빼고는

빼곡하게 차들로 메꿔져 있었다.





날은 흐렸고

우리 집에서도 북쪽으로

40분이나 가야 하는 곳에 있어서인지

제법 추웠다.

구멍이 숭숭 뚫린 스웨터에

조끼 하나만 걸친 나는 한기를 느껴야 했다.

요새 앓고 있는 감기의 씨앗을

그 때 잉태했을 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될 정도로 공기가 싸늘했다.



두 남자는  두 여자의 뒤를 졸졸 따르고---

두 여자가 어느 매장에 들어가면

밖에서 하염 없이 기다리고-----


쇼핑은 아무리 후하게 쳐서 계산을 하려 해도

결코 예쁘다고 보아줄 건덕지가 아무 것도 없다.



상호만 그렇지

정작 Loft가 없다.

여자들 옷과 장식품 등등----



곳곳에서

나를 째려보는 여인들.

동양 여성 모델이 눈에 띄게 증가.




날이 추워서인지

앉아 있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코치와 구찌의 차이도

모르는 나.






마님과 처제는 Burberry(일명 바바리) 상점에 들어가고

나는 밖에서 어슬렁 어슬렁---

으르렁 으르렁 어쩌고 하는 노래도 있는데

이 참에 으슬렁 으슬렁' 제목을 가지 노래 하나 만들어 봐? 


 

'Salvatore'라는 상점에 비친

Burberry 상점.



Salvatore라는 상점이 무엇을 파는 곳인 지 나는 모른다.

Salvatore는 '씨네마 극장'이라는 아름다운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다.

어릴 때 이름은 Toto.


춥고 짜증나는 쇼핑이지만

'Salvatore'라는 글씨 때문에

귀엽고 깜찍한 남자 주인공 의

어릴 적 모습이 생각나서 잠깐 입가에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순간.



인기가 많은 상점엔 사람이 몰리니

가게 안에 일정 수 만큼만 들여 보낸다.




언제 눈이 왔었나?

곳곳에 눈이 쌓여 잇다.

꽃도 아직 지지 않았는데----



막 와플 가게가 문을 열었다.







곳곳에 무서운 여인들.




마님이 시장하다고 했다.

나도 배가 고팠지만 꾹 참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젤라또 하나씩 사서 먹었다.

완전 진국.


쇼핑이 이 정도에서 끝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출발할 때 우리 동네에서 산 김밥이 차 안에 있었기에

차 안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 왔다.


난 아무 것도 살 것이 없었지만

마님 강요(?)로

청바지 두 벌,

구두 한 켤레,

fleece 한 벌을 샀다.

청바지는 Kenneth Cole 제풍으로 두 벌에 $50.

구두는 동서가 한 켤레 제 가격을 주고 사고

두 번 때는 $20라고 해서 곁다리 끼었음.

Fleece는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너무 추워서

Nautica 제품을 $20를 주고 충동적으로 구매.


맹세코 앞으로 3년 동안은

쇼핑 갈 일이 없을 것이다.


도살장에 너무 자주 갈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