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코텍티컷 주에 있는 하트포드(Hartford)에 가지 않겠냐고?
단번에 거절했다.
내겐 별 매력도 없고 호기심을 유발할 아무런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 가지고는 마님의 제안을 거절하기에는
너무 미약했다.
그럼에도 어디에서 근거한 용기인지는 몰라도
내 말투에서는 단호함이 묻어 나왔다.
(제법 많이 컸다.)
나는 지금껏 마님의 제안은
제안이라고 쓰고 명령이라 읽도록 배웠다.
그런데도 일언지하에 거절할 용기가 난 것은
운동 때문이었다.
내가 건강해야 마님이 사랑하는 돈도 계속 벌 수 있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해타산이 내 비장의 무기였다.
그러니 일 주일에 한 번 하는 축구는
가능하면 걸러서는 안 되겠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섰기에
내가 그리 용감하고 독립적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 내가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일요일 하루 뿐이고
한 주를 거르면 그만큼 운동의 기회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2 주 전에는 컨디션이 좋아서
축구를 하면서 회춘한 것 같이 잘 뛸 수가 있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같이 축구를 하는 막내 처남의 표현을 빌자면
'펄펄 날았다'나 어쨌다나.
그 영광스러운 쾌감을 다시 맛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마님의 제안에 감히 맞설 용기를 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 말 한 마디에
자기가 꺼낸 말을 호락호락 포기할 분이 아니시라는 걸
34 년을 같이 살아 오면서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가 아닌가.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한 주일을 무사히 잘 보내나 싶었다.
그런데 불안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던가.
제안이 백지화 되는 줄로 알고 또 기대하고 있었는데
금요일에 대폭 수정되어 다시 내게 돌아 왔다.
수정이 아니라 확대 재생산되었다.
주먹만한 눈덩이가
눈 사람이 되어 돌아온 격이 되었다.
목적지는 메인(Maine) 주의 아카디아 국립공원 (Acadia National Park)
거리가 4 배로 불어났다.
이건 애초에 배꼽만 있었던 데다가 배를 붙히는 격이었다.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보스톤에 있는 조카 영진이가
금요일에 아카디아에 갔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
마님이 마지 못해 내려 놓았던 패를 꺼내 든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삶의 밝고 아름다운 면만을 보는 영진이는
나뭇잎이 반 정도는 떨어졌지만
아직도 아름답다고 마님께 보고를 한 모양이었다.
마님은 아카디아의 자작나무를 보러 가자고 했다.
일종의 미끼였던 셈이다.
내가 그 미끼를 덥석 물었다.
잎이 반만 남아 있으면 어떤가,
노란 잎이 찰랑대는 자작나무 숲이
내 눈 앞에 이미 펼쳐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콜로라도의 자작나무 숲을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노란 나뭇잎에 매료되어
노란 자작나무 숲을 한 번은 보고, 또 걷고 싶었다.
내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여정은 성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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