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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Thanksgiving Day 하루 전 날에

내일은 Thanksgiving Day.


일년 중 가장 기쁘고 흥분되는 날 중 하나이다.

우리 식구들이 다 모일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식구가 다 모이기는 틀렸다.

막내가 해병대 훈련소에서 Drill Instructor로 일 하면서 부터는

명절에 시간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의 full house에 대한 기대는 크리스마스로 살짝 미뤄야 한다.


그런데 식구들이 다 모이는 명절이라 무조건 기뻐야 할텐데

마음 한 편이 무거워지는 것은

오지 못하는 막내 때문 만은 아니다.


둘째 딸 지영이가 내어 놓은 숙제 때문이다.

지난 주일에 이메일로 올 한 해 동안

기쁘거나 행복했던, 아니면 감사했던

기억들을 회상하며 간단히 설명을 하고

사진을 첨부해서 보내라는 것인데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런 시스템에 영 익숙하지 못 한 탓에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다.


우리 식구들이 한 숙제를 

지영이가 모아서 슬라이드도 만들고 하면서

각자의 한 해를 총 정리하고

그러면서 뿔뿔이 흩어져 살아 온 한 해를

서로가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보람되고 감동적인 

우리 식구들의 행사인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작년에도 이걸 해결하는라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어찌 된 영문인지

시작조차 할 수 없이 머리 속이 꼬인 상태다.


숙제는 집에 돌아가서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출을 하지는 못 하더라도 숙제는 해야 겠기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가장 기뻤던 한 해의 기억은

아무래도 지난 일요일, 손주들이 우리집에 와서

함께 지냈던 시간으로 초점이 모아진다.


일요일 아침에 큰 딸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집에 온다는 것이었다.

'딸보다 손주들'

하기야 손주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마음 속에 손주들을 품고 살면서

매일 매일 기억을 떠 올리기는 하지만,

머리 속에서 만나는 것과

실제로 만나서 볼을 비비며

마주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말 했던 것처럼

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이 들면서

가슴 뛰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데

손주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흥분이 된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 동안

우리가 한 일을 누군가가 창문으로 들여다 보았다면

아주 시시하고 별 볼 일 없어서

곧 중단했을 것이다.


막 걷기 시작한 손자의 걸음 떼는 일을

박수까지 쳐 가면서

바라 보는 일,


Sadie를 내 무릎에 앉히고

크리스 마스에 관한 알파벳 그림책을

열 번도 넘게 읽어주는 일,


함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으며

입 주위에 까만 짜장면 소스가 묻은 걸 바라보는 일----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내일이며 막내 아들 빼고는

사랑하는 식구들이 다 모인다.


식구들이 다 모인 정경을 생각하며 

벌써 가슴이 뛰는 건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사랑이 식지 않았다는 것을 말 해주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음,

아직 사랑이 내 안에 남아 있음.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ThanksGiving Day를 맞이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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