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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이야기

자랑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리 막내처제네 큰 딸 혜진이.


NYU에서 호텔 경영을 전공하고

처음 잡은 직장이 Waldorf Astoria 호텔.

유명 정치인, 재벌 등이 뉴욕에 오면 묵는다는

그 호텔에서 한 두 해 근무하더니

Hilton으로 옮겼다.

 

Hilton에 근무할 때가 우리의 전성기(?)였다.

가족 할인 혜택을 받아

전 세계 Hilton 호텔을 누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4년 전 파리에 갔을 때

개선문 근처의 Hilton 호텔에 묵었을 때였다.

커다란 삼성 tv가 석 댄가 있는 

아주 호화로운 suit이었다.

숙박비가 하루 밤에 650 유로였는데

예쁜 조카 덕에 단돈 60 유로에 묵은 적이 있다.

 

얼마나 안락하고 좋은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잠 자느라 공짜로 제공되는

바에서의 술도,

호화로운 아침 식사도 다 걸러야 했다.

 

혜진이 덕에 몇 년 동안

어디 여행 다니는 건 문제가 되질 않았다.

Hilton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었다.

베니스에 갔을 때도

Hilton 호텔은 없어도 

Hilton보다 더 호화로운 제휴 호텔에 묵을 수 있었다.

 

그러던 혜진이가

Trump에서 매니저로 스카웃 되는 사건이 생겼다.

 

우리로서는 아주 못 마땅했다.

갖은 방법으로 회유를 해도

혜진이는 우리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하게도 트럼프로 마음을 굳혀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트럼프 호텔은 

그 수와 지역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여행을 다니며 호텔을 찾는 우리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기에

이직을 극구 만류를 했던 것이다.

 

직장을 옮김에 따라 우리가 맛 볼 수 있는 열매는

하나도 없었다.

작년에 겨우 한 번,

 그것도 여행이 아니라

방이 싸게 나왔다고 해서 별 필요도 없는데

센트럴 파크 옆에 있는

트럼프 호텔에서 하룻밤을 잔 것이다.

 

직원에게 한 해에 한 두 번 이런 기회를 주는데

이런 기회를 남에게 양도하는 게 아까워서

우리 마님이 강력 주장해서

내 집 두고 트럼프 호텔에서 잤다.

 

호텔 방의 크기며, 시설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경관 등

하룻밤에 5천 달러가 넘는 호텔방은 여러모로

입이 벌어질 정도로 훌륭했다.

 

'그래도 그렇지 내 집 두고

공연히 과외로 호텔 비를 써 가며

트럼프 호텔 체험을 할 것 까지야' 하는 것이

내 생각이긴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생각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도

결정하는 건 오직 마님뿐이시다.

 

이젠 어디 여행을 다닐 때

호텔 정하는 수고며

상대적으로 비싼 호텔 요금을 내야 하는 것 때문에

혜진이가 Hilton에 근무하던 호시절이

그립긴 하다.

 

사근사근 상냥한 혜진이가

회사에서 작은 상을 받은 모양이다.

 

이렇게 여기서도 인정 받으면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기는 일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카 덕에 호텔 요금 할인 좀 받으려는

큰 이모부의 얄팍한 속셈 때문에

Trump에서 일하는 게 영 달갑진 않아도

 

그래도 통 큰 마음으로

축하는 해야 할 것 같다.

 

"축하한다, 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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