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출발해서 부르클린으로 돌아오는
차가 알파인 고개길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환상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잠시 오락가락 했다.
나맘 그런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차에 있ㄷ 동서와 처제 모두 그랬다.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 했던 날씨였다.
때론 피아노시모의 부드러움으로로,
때론 포르테시모의 세기로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집을 떠나기 1 시간 전만 해도 지붕이 뚫어지게 비가 내렸다.
엄마 아빠랑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온 Sadie가
'thunder'인지 아니면 'funder'인지 애매하게 들리는 단어를
흥분 가득 담긴 목소리로 몇 번을 반복했다.
집에 오는 길에 폭우와 함께 번개치는 걸 본 모양이었다.
그런 날씨였는데
갑자기 쩽하고 해가 뜬 것이었다.
먼지가 비에 씼겨서
아주 청정한 공기 위에 햇살이 젖은 풍경이었다.
알파인 고개 주변의 키다리 나무 끝에
아주 맑은 햇살이 내려 앉았다.
아주 양질의 색안경이라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엔가에 무지개가 떴을텐데----"
내가 말했다.
이렇게 비가 그치고 해가 뜨면 생기는 무지개.
그런데 이미 여덟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무지개를 찾아 가려면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팰리사이드 파크웨이에 들어서서
해가 지는 밭대편 하늘을 흘끔흘끔 거렸다.
얼마를 달리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무지개가 하늘에 걸려 있었다.
그것도 두 방향에 따로 따로.
해는 머가 그리 급한 지 서둘러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덩달아 내 마음도 바빠졌다.
아직 남아 있는 구름이 노란 샐과 주황색 빛으로 물이 들었다.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기 전
허드슨 강가로 방향을 틀었다.
그 곳은 시야가 트여 있으니
키 큰 나무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무지개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허드슨 강 가로 내려가는 입구에 일단 내렸다.
무지개는 이미 색이 많이 바랬다.
서둘러 카메라를 꺼냈다.
아 그런데 카메라에 메모리 카드가 없었다.
양귀비 꽃 찍은 걸 콤퓨터 화면으로 보느라 그냥 콤퓨터에 꽂아 놓고
카메라만 들고 온 것이었다.
'앙꼬 없는 찐빵.은 이런 경우를 두고 생긴 말일 것이다.
령소에도 일이며 물건을
하도 잊고 흘리고 하니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나는 메모리 카드 두어 개를 지갑에 넣고 다니므로
별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화급을 요하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지갑에서 메모리 카드를 꺼내
카메라에 넣고
셋팅을 하고 나니 무지개는 이미 산화한 뒤였다.
무지개를 쫓는 일이 참 허망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지개를 보았는지
아니면 보질 못 했는지
가는 길을 서두르고,
나같은 사람은 무지개를 잡으려고 했지만
채 준비가 되어 않아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설령 무지개를 내 마케라 안에 담았다 한들,
그것 또한 무지개가 아니고
무지개의 허상일 뿐디다.
살아가는 일 자체가
무지개를 쫓는 일이 아닌가 싶다.
결국 강 아래로 내려가
붉게 물든 구름 사진 몇 장
허망하게 찍었다.
그 것들 마저도 다 허상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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