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여행 - 베르겐에서 오슬로까지 기차 여행
노르웨이 여행 중 가장 정감 있는 곳을 고르라면
머뭇거리지 않고 베르겐을 꼽을 수 있겠다.
날씨도 그리 춥지 않은데다가
사람들도 따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름다운 건물과 산, 그리고 바다가 조화를 이룬 아주 예쁜 도시였다.
베르겐에 머물기는 시간으로 따지면 2박 3일이었지만
실제로는 하루뿐이었다.
그 하루를 우리는 아주 효율적으로 꽉 채울 수 있었다.
오전에는 피요르드 크루즈를 다녀왔고
오후에는 동서와 처제는 시내를 돌았고
마님과 나는 그리그의 집과 기념관이 있는 곳을 다녀왔다.
그리고 밤에는 푸니쿨라를 타고'산 꼭대기에서
베르겐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베르겐의 아이들과 어른들은
모처럼 내린 눈을 즐기기 위해 썰매와 스키 등을 챙겨
푸니쿨라를 타고 산 정상까지 올라서
그 곳에서 길을 따라
썰매와 스키를 타고 산 아래까지 내려왔다.
베르겐은 예전의 노르웨이의 수도라는
다소 거창한 직함을 지니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제 2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단 하루 동안의 관광으로도 아쉬움 없이 포만감을 누릴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아침 일찍 비행기로 오슬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이른 아침에 떠나면 조금 모자라는 하루를
오슬로에서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새벽 다섯 시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6 시쯤 호텔 앞으로 택시가 와서
그걸 타고 공항으로 갔다.
베르겐에 대한 아쉬움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단지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할 수 없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채워줄 일이 생겼으니
공항에서 우리는 오슬로 행 비행기를 놓쳤기 때문이었다.
의심도 없이 사람들 많은 곳에 앉아 있다가 탑승하려고 보니
그 탑승구가 아니라 바로 옆이었다.
우리 비행기는 10 분 전에 이미 떠난 후였다.
망연자실
비행기와 함께 우리의 돈, 시간도 함께 날아갔다.
똑똑하신 아래 분들만 믿고 있다가
발 등 제대로 찍힌 셈이 되었다.
이럴 때 누구의 잘잘못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걸
세월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그랬다가는 여행 다니며
팀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나는
자동적으로 여행 명단에서 제외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걸 눈치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삶의 지혜라고 해야 하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대한 항공의 누구처럼
Nut 하나 때문에 비행기를 되 돌리는
Nuts(속어로 미친)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으니 벌어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차선을 생각할 수 밖엔 다른 도리가 없었다.
우리는 기차 여행을 생각했다.
시간을 알아보니 12 시쯤에 오슬로행 기차편이 있었다.
미국 와서 30년이 넘게 사는 동안
기차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질 못 했는데
노르웨이에서 뜻 밖의 기차 여행을 하게 되니
여간 가슴이 뛰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호텔로 돌아가
일찍 출발한 까닭에 놓친 아침 식사를 할 기회가 다시 찾아 왔으니
이 또한 입을 활짝 열고 기뻐할 일이 아니든가.
우리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졸이던
아침 식사와 마주하고 회포를 맘껏 풀 수 있었다.
기차역은 호텔에서 5 분 거리에 있었다.
기차 여행은 7 시간이 좀 넘게 걸린다고 했다.
시간이 뭔 대순가,
우리는 함께 가면서 예상하지 못 했던 경험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는
역시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비행기를 놓친 까닭에 우리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나간 것의 망령에 붙들려 후회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생각을 바꾸어 행복해질 것인가?
비행기를 놓치는 멍청한 일을 했지만
우리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아는 현명한 바보들이었다.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바보들의 행진은 멈추지 않고
그렇게 오슬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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