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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일요일 일기 (20016.04.10)-봄의 향기

왜 그런지 봄날엔 새벽 일찍 눈이 떠진다.

지난 일요일 아침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마도 새벽 세 시 쯤이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눈을 뜬 것이.

깊은 잠 속으로 푹 가라앉지 못하고

몇 차례 뒤척이다 눈을 뜨니 여섯 시.

축구하러 나가야 할 시간이다.

밖으로 나가니 봄의 향기가 났다.

봄의 향기는 아마도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며 나는 것 같다.

나는 그 향기로 봄을 예견한다.

설명할 수는 없어도 봄날 새벽엔 땅의 향기가 묻어난다.

그 향기를 처음 맡은 것이 1980년 3월, 

광주 보병학교에서였다.

아침 점호를 하고 구보를 할 때면 봄의 향기도 같이 따라왔다.

강원도 인제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도 그랬다.

봄의 향기가 그득한 공기 속을

달리는 일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 삶에서 봄의 향기를 맡았던 시절은 그리 길지 않다.

군대를 떠나서 집에 돌아와

도시생활을 하면서

봄의 향기는 잊혀졌다.

미국에 이민 와서 바쁜 도시 생활을 할 때도

그 향기를 잊고 살았다.

이민 생활 6년 만에 도시에서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오면서

비로소 봄의 향기가 다시 내게로 왔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

나를 제일 반기는 건 봄의 향기다.

가슴 속 제일 깊은 속까지 봄의 향기를 들이 마신다.

내 핏줄 속엔 봄의 향기가 묻어 몸 속 구석구석까지 전해질 것이다.

계절이 여름으로 넘어가면서 이 봄의 향기도 사라진다.

봄의 향기는 막 언 땅이 풀릴 때 시작해서

쑥의 키가 한 뼘을 넘을 때면 사라진다.

나는 다시금 깊은 숨을 들어 마신다.

쑥은 키가 이미 네 새끼 손가락 만큼 자랐고,

아리고 아쉬운 봄날은 쉬이 가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어귀.

먼 동이 트고 있다.

저수지 사잇길 얕은 웅덩이에

토요일 내린 비가 살짝 얼었다.



축구단원들과 나눠 마실 커피를 사러

던킨 커피카게가 있는 작은 쇼핑 몰로 들어 갔는데

사슴 두 마리가 커피 향기에 끌려서인지

여기까지 왔다가 황급히 떠났다.



잔디 위의 민들레 꽃씨도 

살짝 얼었다.

멀리 동이 튼다.



축구를 마치고 짐에 돌아오니

봄 햇살이 따스하다.

바람이 불면 다시 으스스해지는,

그런 봄날.

튜울립.



거의 수명이 다한 수선화.



나무 등걸에 린 나무꽃.



내가 집에 온 기척을

강아지들이 제일 먼저 눈치를 채고 짖어댔을 것이다.

Sadie가 궁금하니 창 밖을 내다 보고---



목단.

작년에 사다 심었는데

고맙게도 올 봄에 다시 얼굴 보게 되네.




Dog wood.

은은한 상아빛 꽃 잎이 숨어 있다.




장미에도 새 순이 돋고---

6월엔 가지가 그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나겠지.



싸리꽃.






사과나무 잎

이상하게도 한 나무에

초록 잎과 갈색 잎이 공존한다.






홑잎 벚꽃은 거의 다 졌다.



라일락 꽃나무에도

잎이 새록새록 돋았다.

5월 중순이면

보랏빛 꽃향기가 흩날리겠지.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