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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일요일 일기

지난토요일 밤과 일요일 아침 사이

날씨가 유별났다.

.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우박이 쏟아졌다.

그리고 밤 새 바람이 휘몰아 쳤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숲 가에 있는 우리집에서는 바람 소리가 

바닷가에 이는 푹풍 같은 소리로 들린다.


자면서도 번개 사진을 찍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포기했다.

삼각대가 집에 없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오지 않는데

약하게 눈발이 날렸다.


축구는 할 수 있겠다 싶어 축구장으로-----


눈이 살짝 녹은 얼음이 잔디 위에 하얗게 덮여 있었다.

이내 축구화 속으로 눈물이 흘러들어와 녹았다

발이 몹시 시려웠다. 

공을 차는 발에 통증이 느껴졌다.

공을 차는 일에서 공포를 느끼다니------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축구를 그만두어야 할 날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축구뿐 아니라 

사랑하는 것들과 하나 둘씩 이별할 일이 많아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익숙한 일들이 서툴러지기 시작한다.


축구를 마치고

Northvale diner에서 두 부부와 Brunch 번개.(다른 두 부부는 불참)

그 자리도 사실은 이별을 하기 위해 마련했다.

우리 부부가 ME주말을 준 부부들과 함께 

Sharing 그룹을 만들어

물 주고 거름 주며 가꿔온 시간들.

꽃 피고 열매 맺던 아름다운 시간들과의 이별.

우리가 배경으로 물러나도 스스로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배경이 되어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간이 남았다.


식사를 마치고는 뉴저지 남 쪽에 있는 

Banegat 등대에 다녀왔다.

바람이 몹시 불어 추웠던 바닷가.







축구장 주변에 핀 보랏빛 꽃들.

눈을 뒤집어 썼다.

간 밤에 많이 놀랐을 거다.


그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니?






간 밤에 분 바람 탓에

여린 벚꽃잎들이 땅에 떨어졌다.

이름하여 벚꽃 엔딩.


벚꽃처럼 하얗게 지고 싶다.



차 창 밖의 개나리.

아침에 내린 눈 때문에 차창 가장자리엔

아직 눈이 녹질 않았다.


봄은 늘 애를 태우며 힘들게 와서는

언제 가는지도 모르게 

무심히 사라진다.



















우리집 뜰에도 봄이 왔다.

벚꽃, 수선화, 히야신스며 과꽃도 피었다.

그늘 속 목단도 슬슬 불 밝힐 준비를 하고 있다.




누군가가 모래 위에

돌로 하트를 만들어 놓았다.





달팽이처럼 나선형의 계단 2백 70여개를 오르면

등대 꼭대기에 이를 수 있다.





등대 꼭대기에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바람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떠밀려 다녔다.


손녀 Sadie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함머니 추워"라고 한다.


어느새 많이 컸다.



등대의 랜턴과 반사 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