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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비오는 12월 말 아침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창문 틈으로 거리를 내다 본다.

어제 저녁 가게 문 닫을 무렵부터 시작한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다.

창문에 빗방울이 묻어 있다.


스며들지 못하는 슬픔.


집을 나서니 한 사내가 어둠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뭄을 나선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고 있거나,

또 가기 위해 잠시 기다리고 있다.


가는 일과,

기다리는 일,

그리고 돌아오는 일.


이런 것의 소실점에는 무덤이 있다.


어디론가 가는 일은

무덤으로 가는 예행 연습하는 것이 아닐까?


아파트 문을 나서서 

1 분 도 채 걸리지 않는

길을 걸으며

무덤으로 걸어가는 나를 만났고,

무덤으로 가기 위해 걸어가는

비에 젖은 사람들을 만났다.


스며들지 못하는 삶.


비가 위에서 아래로 걸어가고 있다.

지상에 닿는 순간 

비는 더 이상 비가 아니다.


비 내리는 어둔 아침에 나는 걸어가고 있다.


가게 문을 열고 불을 켰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을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나는 아직 걷고 있다.

아직도 아침인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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