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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돈세탁 (Money Laundering)

돈세탁 (Money Laundering)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191  


드라이 클리닝 머신에서 나온 옷들을 배스킷에 담았다.

옷 사이에서 1달러 지폐가 몇 장 보였다.

다시 뒤적이니 두어 장이 더 나왔다.

어느 옷에서 나왔는 지 출처가 불분명한 돈이다.


합이 $5.00


이 상황은 누군가의 실수라는 걸 이야기해준다.

옷을 받으며 주머니를 뒤지는 데 철저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카운터에서 옷을 받고 내 주는 일은 나와

직원 한 명이 주로 한다.

우리 둘 중 하나가 제대로 임무 수행을 하지 못한 경우다.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없으니

미제 사건이 되고 말았다.


나는 옷을 받으면 카운터에서 거의 모든 주머니를 뒤진다.

주머니를 뒤지다 보면 옷 주인의 성격이며

사생활 같은 것도 이젠 어는 정도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세탁소 생활 25년의 관록으로 남은 것이 있다면 이런 종류의 것이니

뭐 세상에 드러내 놓고 자랑할 깜은 되질 못한다.

25년 동안 세탁소를 하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런 일 말고는

세상에 드러낼 자랑거리 하나 없다는 것이

때로는 남 모르는 나만의 부끄러움이 되기도 한다. 


손님의 옷을 뒤지는 것은

돈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고

혹 손님이 잊고 그냥 두었던 볼펜이나 립스틱 같은 것들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잠시 주머니 뒤지는 일을 게을리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어디 한 두번이었던가.


그런 경험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정도의 것이다.

클리닝 과정이 끝난고 기계의 문을 열었을 때

옷에 묻어 있는 잉크나 맆스틱, 혹은 크레용 녹은 자국을 발견할 때는

옷도 옷이지만 내 정신 체계에 일대 혼돈이 온다.

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거의 반나절의

과외 노동이 필요한데 옷감과 묻은 정도에 따라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젯거리도 있다.


그런 경우, 손님이 부르는 게 옷 값이니

내 하루의 노동이 헛수고가 된 경우도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세탁 전이 아니라 세탁이 끝난 후에 돈이 발견되었다.

세탁기가 돌아갈 때 원심력 때문에

돈이 누군가의 옷 주머니에서 이탈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옷을 받을 때 발견한 지폐는 모두 주인에게 돌려준다.

그런데 돈 주인을 모르는 이런 경우 어떻게 할 지 참 낭패스럽다.


25년 동안 세탁소를 하면서

이런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없었다.

그래서 하나 새로 만들어 추가했다.


이렇게 주인 모르는 돈이 세탁 후 발견되면

그 돈 액수 만큼의 세탁비를 받기로 한 것이다.


일명'돈세탁(money laundering)'


결국 돈세탁을 한 댓가로 과외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이 참에 돈세탁 전문 세탁소로 전환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돈을 셀 수도 없이 많이 가진 부자는

액면가 만큼의 세탁비를 들여 굳이 우리 세탁소에 오지 않을 것이다.


(아님 액면가 반만 받어?)


쓸데 없는 생각하다 혹 큰 재앙(?)을 부를까 두렵다.

돈세탁이니 어쩌니 허황된 생각보다

오늘 들어오는 옷 주머니나 열심히 뒤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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