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을 떠나 오른 쪽으로 돌아나오면
맞닥뜨리게되는 광장.
거기에 Trolley Car가 있었습니다.
Montmartre주변을 설명을 곁들여 구경할 수 있는 것 같았는데
프렌치는 이해 불가. 그러므로 포기했습니다.
튼튼한 두 다리, 그리고 건강한 눈에 의지해
발품 팔기로 결정.
Trolley Car에 그림이 한 장 붙어 있습니다.
'빨간 풍차' (Moulin Rouge)입니다.
근대 캉캉 춤의 산실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랑루즈의 벽화를 누구라던가,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어느 유명한 화가가 그렸다고 해서
찾으러 헤매고 다녔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에 포기하고
다시 돌아오고야 말았습니다.
바벨탑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언어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 부근에 있는 걸 뻔히 아는데도
가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려야 했습니다.
이 여인은 샹송을 부르고 있습니다.
자기 노래가 답긴 CD 몇 장.
그리고 동물 인형 몇을 작은 스쿠터가 끄는
카트에 싣고 이 곳에 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노래,
그 노래는 그야말로 허공에
흩어졌습니다.
흩어지는 노래. 흩어지는 시간들------
우리의 삶입니다.
'La Bohem'
식당 이름을 보고는
처음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중의 하나!
마음이, 그리고 눈이 끌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Charles Anzavour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 제목이기도 했습니다.
가난한 화가였던 화자가
20년 후에 찾은 몽마르트.
사랑도 가고 거리도 자기가 살던 곳도 변해버렸다는
다소 멜랑콜릭한 노랫말이
아프게 들립니다.
혹시라도 내가 20년의 시간이 자난 후
다시 이 곳을 찾는다면
그때 나는 무슨 노래를 부를까?
<La Boheme> -Charles Aznavours
당신은 어려서 모르겠지만,
20년 전의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그 무렵, 나의 창가에 있는 나무에서는
리라꽃이 피었지요.
두 사람의 보금자리는 누추하기만 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은 거기서 알게 되었지요.
나는 굶주림에 지쳐 있었고, 그대는 누드 모델을 하고 있었어요.
라 보엠, 라 보엠, 그것은 그들이 행복하다는 뜻이에요.
우리는 하루 건너 하루씩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가끔 가까운 까페에서 우리는 정식을 먹곤 했죠.
언제나 배고파 초라했지만
정식을 먹는건 신나는 일이었어요.
따끈하고 맛있는 식사를 앞에 놓고, 냅킨을 들 때면
난로가에 모여 겨울을 잊고 시를 읊기도 했어요.
라 보엠, 라 보엠, 그것은 그대가 아름답다는 의미지요.
우리는 모두 갖가지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캔버스 앞에서 아름다운 허리의 곡선을 뎃생하며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운 적도 종종 있었어요.
그리곤 서로가 감동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죠.
그것이 두 사람의 인생이었던 거예요.
라 보엠, 라 보엠, 그것은 두 사람이 스무살이라는 뜻이에요.
우리는 청춘의 공기를 마시며 살았어요.
어느날 문득, 예전에 살던 집 근처에 가 보았어요.
그러나 우리의 추억은 모두 사라져 보이지 않았어요.
내 청춘의 벽과 그 거리도......
계단 위의 아뜰리에를 찾았지만, 아무데도 없었지요.
리라꽃도 시들어버렸어요.
라 보엠, 라 보엠, 우리는 젊고 어리석었어요.
라 보엠, 라 보엠, 그 말에는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어요....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 보니
거기엔 비행기 구름이 두 줄이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지나간 비행기가 남긴 흐릿한 선 하나.
그리고 막 지나가는 비행기가 남기고 가는
선명한 선 하나.
그 모두가 얼마 후면 사라져갈 것입니다.
이 곳 몽마르트에 와서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삶, 그리고 시간, 소멸, 변화 - 이런 것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생명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일의
슬픔 같은 것들이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묻어나왔습니다.
화가들의 그림.
이 화가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칠 벗겨진 가게의 모습들.
내가 카메라에 담고 샆은 풍경들이 거기 있습니다.
소멸하는 것들의 애잔함이------
여행객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저 화가가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라
손님의 취향에 맞추어아 하는,
예술가의 자존심보다도
빵 한 조각이 더 절실한 현실에 고개 숙이며 살아온 세월.
그러다 보니
어느새 머리에 서리 내렸습니다.
화폭 속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저 여행객이 행복해 하면 좋겠습니다.
노화가에게 빵 한 조각에
덧붙여 작은 만족이라도 될 수 있으면-----
저 가로등 위의 새,
혹은
새 아래의 가로등
어떤 사람들은 위의 것이맞 는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랍들은 아래의 것만이 맞는다고 우깁니다.
싸움도 일어나고 전쟁도 일어납니다.
상대적 가치를 인정하는 일.
나는 대학교 시절 '마로니에의 길'이라는
연극을 보고 배웠습니다.
아직도 많은 오류에 빠져 살긴 하지만
삶의 지평이 조금은 더 넓어졌습니다.
안경 너머의 눈 빛.
세월 때문에 흐려진 눈 빛.
그래도 마음의 눈 빛은
여전히 반짝일 수 있다면----
저 화가를 보며
나에게 하는 독백이기도 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몽마르트 광장의 한 건물 귀퉁이에 있는 벽화
누구의 작품일까?
누군가가 옆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낙서 같은 것도 보입니다.
낙서와 예술의 차이.
낙서하는 사람도 예술하는 마음으로 하면
예술입니다.
내 삶은 예술일까, 아니면 낙서 같은 것일까.
차 한 잔이 주는
휴식과 여유.
나이 드신 여화가의 손에 낀 장갑이
따스하기보다는
슬픈 느낌을 줍니다.
왜 나에겐 슬픔으로 보일까?
무지개 색의 우산.
우산이라기보다는
해를 가리기 위한 양산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화가에게 저 무지개 색은 무엇일까?
꿈이나 희망 같은 것일까.
아니면 철저히 무의미일까.
수염이 희고 긴 할아버지 화가가
무지개 색의 접힌 우산 모양의
모자를 앞으로 기울여 쓰신 것 같이 보이기에
얼떨결에 찍은 사진입니다.
빨렛뜨 위의 물감.
형상화 되기 이전의 혼돈 같은 것.
저 물감이 화가의 손을 빌어
꽃도 되고, 사람도 되고
구름이 되기도 하고
건물이 되기도 합니다.
새삼스레 화가의 손이 다시 보입니다.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창조적 작업,
그것이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세월.
그 긴 시간이 스쳐가며 굽어진 저 화가의 어깨.
내 몸 어딘가에도
휘어가는 곳이 있을 것입니다.
휘는 시간, 굽는 세월.
또 눈에 들어온 벽화.
예술과 낙서의 경계.
저 벽 위에 그림자가 깔리기 시작합니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면
모든 것이 사라집니다.
이 거리의 사람들이며, 그립들, 화가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둠, 모든 것들의 끝입니다.
갑자기 허무한 생각이 듭니다.
광대의 모습을 한 사람이
길 모퉁이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갑자기 대학교 1학년 때 외웠던
쉐익스피어의 비극 'Macbeth'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Tomorrow,and tomorrow and tomorrow로 시작되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나 중에 보니 몇 구절이 빠진 채였습니다.
내 머리 빠지듯 세월이 가며
기억의 숱도 하나 둘 씩
내 머릿속을 빠져 나갑니다.
Montmartre에서 나는 슬펐습니다.
'La Bohem'과 비행기 구름, 그리고 광대의 모습이
나를 슬프게 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
시간이 흐르고
나도 우리 모두도 소멸을 향해 치닫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는 존재가
우리가 아닐런지요.
살아 있는 존재가 Macbeth의 대사처럼
한낱 '걸어가는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못내 나를 슬프게 했습니다.
허무한 삶.
그러나 영화 'Dead Poet's Society'에서
새로 부임한 영어교사 Keating이 말한 것처럼
"Carpe Diem
"현재를 열심히 사는 일"
현재를 꼭 붙잡아야합니다.
그것만이 허무에 속지 않고 허무를 이길 수 있는 길입니다.
그러니 아무 것도,
그 누구도
내 걸음을 멈추지 못합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삶이 허무하니
살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작가들 - 앙드레 말로나
내가 좋아하는 쌩떽쥐베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파리에서 제일 높다는
이 곳 몽마르트에
어둠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Macbeth: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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