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하고
몽마르트 언덕을 향해 떠났습니다.
파리 여행 중 기대치가 가장 높았던 곳입니다.
그러고 보니 파리 시에서 가장 높은 곳이더군요.
산동네를 오르 듯
작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
마침내 다다른 곳이 바로 이 곳.
파리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등 뒤로 계단을 오르면
언덕 꼭대기에
Sacre Coeur, 즉 예수 성심 대성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눈 아래로
파리 시내가 보입니다.
높은 건물이 보이질 않습니다.
기껏해야 5-6층 건물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지어진 건물울
증축하거나 부수고 높이 짓지 않은 까닭입니다.
'진정한 가치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시간입니다.
과거를 무조건 짓뭉개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세우는 것과
과거의 것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것 사이의
시각 차이.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전신성형한 것 같이 바뀌어버린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습.
국민학교 4학년까지살았던 우리집은
다른 이웃집과 함께
헐리고 말았습니다.
좁은 골목길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던 한옥들.
아침이면 "두부 사아려" 하며 새벽잠을 깨우던
두부장사의 종소리,
밤이 이슥해지면
"찹쌀-떠억 메밀-무욱" 하며
이른 저녁을 먹은 사람들의 허기를
유혹하던 그 소리들도
집들이 헐리며 다 사라져갔습니다.
그 사람들, 그 소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서울 특별시 동대문구 제기 3동 136-197호'
미국에 와서 받은 내 소셜 넘버보다도
더 선명히 기억하는 내 본적지 주소도
내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도시계획 때문에
헐린 우리집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도로의 한 부분이 된 우리 집 터를
알아볼 도리가 앖었습니다.
내 삶의 한 부분이 잘려나간 것 같은
통증을 느꼈습니다.
고향이라는 것도
시간이나 기억 속에만
존재합니다.
사라진 공간과 사라져가는 시간.
그렇게
모든 것이 흘러갑니다.
소멸을 향하여-------
그래도 삶이, 그리고 혼이 깃든 것들을
부수거나 흉하게 바꿔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젋은 청년이
가로등 위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묘기를 보인 후
막 내려온 모양입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박수소리가 들렸고
그 청년의 묘기는 끝이 났습니다.
아쉽게도 그 청년의 공연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게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몽마르트 언덕을 오르내립니다
바로 왼 쪽에는 케이블카도 있습니다.
오른 쪽, 어느 집 대문 앞에
어코디언을 든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음악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작은 바구니도 텅 비어 있습니다.
창문 턱에는 빈 포도주 병 하나 뎅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언덕을 오르는 것 같이
삶이 참으로 힘겨워 보입니다.
빈 바랍소리만 들리는
저 거리의 악사가 들고 있는 어코디언.
많은 사람들로 득실대는
이 몽마르트에도
어느 한 모퉁이는
이렇게 텅 빈 것들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Sacre Couer!!!!
웅장합니다.
여러 복잡한 정치적 사회적 위기를
종교적으로 풀어내려고 했던 프랑스 사람들.
예수 성심께 의탁하려 했던 프랑스사람들의 마음이
파리에서 제일 높은 이 언덕에
성당을 세우게 했습니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이 곳에 왔습니다.
처음에 이 곳 지명을 보니
Mont와 Martre가 합쳐진 복합어었습니다.
굳이 한국말로 옮기면
'순교자의 산, 혹은 언덕'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정상엔 성당이라-------
내 인문학적인 추론은
이 곳에서 누군가가 순교를 했고
그 분을 기리기 위해 성당이 세워진 것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했습니다.
그런데 틀렸습니다.
St. Denis라는 분이 순교를 하긴 했는 데
그것은 이 성당이 세워지기 몇 백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오류를 범하며 살고 있습니다.
내가 옳다고
나만 옳다고
고집하며 살아온 세월들.
1875년에 시작해서 1914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는데
오랜 세월 공해와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흰 빛의 돌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프랑스의 Chateau-London이라는 지방에서 채취한
Travertine stone(석회석의 일종)을 사용한 까닭이라고 하는데
비를 맞으면 소금같이 흰 물질(calcite)을
끊입 없이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성당을 짓기 위해
먼 곳으로부터 무거운 돌을
운반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예술이고 신앙이 아닐까?
나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돌은 커녕 벽돌 한 장 나르는 수고에도
인색한 나.
성당 옆 골목에 있는 한 건물.
성당의 흰 돔 지붕이 푸른 하늘과 함께
창문에 들어 있습니다.
저 창 안의 사람은
성당의 흰 지붕과 푸른 하늘을
맘껏 볼 수 있을런지 모릅니다.
칠 벗겨진 저 창틀이며 벽은
건물 안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와야 비로소 보이는
자신의 모습.
진정한 해방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자기 안에서
걸어나오는 일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먼지 끼고 칠 벗겨진
내 마음의 창,
창틀.
성당을 벗어나
화가들이 있는 자그만한 광장으로 들어면서
뒤돌아 보니-----
성과 속이 뒤엉켜 있습니다.
몽마르트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다
다시 성당 앞에 돌아 왔더니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도착해선 보지 못했던
에펠탑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눈이 부신 태양,
노을이 아름다왔지만
나무와 철망 때문에 제대로
각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몇 장 대충 찍고 나니
해는 기울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6시에 시작되는
미사 시간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성당 건물이
지는 햇살에 발그스름하게
물이 들었습니다.
Sacre Coeur - 예수님의 마음은
저녁 햇살처럼
붉게 타는 마음이 아닐까?
성당에 물드는 저녁 햇살을 보고
예수님의 마음은
피같은 붉음이 아니라
저녁 노을 같이
따사롭고 부드러운 붉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리에서 첫날을 지내는
이 에트랑제(이방인)의 마음도
빠알갛게 노을처럼 물들어갑니다.
포도알에 단 맛을 들이는
저 햇살이 지고 나면
밤이 오겠지요.
파리에서 보내는 우리의 첫 밤도
포도주처럼 붉고 향기롭게 익어가면
좋겠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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