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 잠을 험히 잔다는 소릴 자주 들었다.
잘 때는 늘 같은 방향으로 잤지만
일어날 때 보면 같은 곳에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없었다.
결혼해 살면서부터는 난 침대의 삽분 지 일만 차지하면서
한 귀퉁이에서 잠을 자는 순한 양이 된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내가 한국에 간 지 일 주일이 지나면서부터
내 자유분방한 잠버릇이 30년 만에 부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가 집을 비운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닐진대
왜 이제서야 나의 이런 면이 되살아나는 지 모르겠다.
360도, 어느 방향도 꺼리지 않고 빙빙 잘도 돌며 잔다.
내가 잠을 깨는 방향을 맞추는 것은 이젠 룰렛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러고 보면 나의 자유로운 혼이
참 많이 길들여졌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가 돌아오면
나의 야성은 다시 사라져
순한 양처럼 숨 죽이고 잘 것인지
아님 아내와의 물리적 충돌을 불사햐며
모처럼 되찾은 나의 야성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
나도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잠 잘 때의 경우다.
깨어서 이성이 있는 동안이야 언감생심.
자유혼 어쩌구 하는 것이야
꿈 속에서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아내가 없는 동안
자유로이 잠 잘 수 있는 권리 하나만은
오붓하게 우린 것 같아
나의 이 야성 충만한 잠버릇이 참으로 기특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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