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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이 뭐꼬?


이 곳 부르클린의 아파트는 늘 시끄럽다.

아파트 3층에서 길쪽으로 난 창문으로 보면 4-5 미터 떨어진 길 위로

딱 우리 눈높이로 지상의 지하철이 지나간다.

그 소음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더군다나 한국의 새롭고 세련된 지하철 소리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주중에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듣는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는

마치 태풍을 동반한 거대한 파도가 바닷가로 몰려와 방파제에서 폭발하는  것 같다.

지어진 지 100여년 된 건물이니 방음이라는 거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얇은 창문, 그리고 잘 맞지 않는 창틀 사이로 바람과 함께 지나가는 차소리며.

바로 건물 밑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엔진에 웅웅거리는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 떠드는 소리까지도 함께 실내로 들어온다.

무언가 일을 할 때면 모르겠는데 잠을 잘 때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하룻밤에 몇 번씩 잠을 깨는 건 늘 있는 일이다.

지하철 소리가 아무리 크드고는 하나

그래도 견딜만 하다.

15초 정도 견디면 상황이 끝나기 때문이다.

길에서 사람들 떠드는 소리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지속적으로 5-10분 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중엔 그것마저도 견딜만 하다.

토요일 새벽이면 그 소음은 요즘 단풍처럼 붉게 시끄럽다.

왜냐?

불금에 술을 마시고 거리에서 술기운으로 떠드니

그 소음에 붉은 기운이 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새벽엔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이상할 정도였다.

간간히 지나는 지하철 소음은 오히려 정다왔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


비교적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에 맺힌 빗방울이 빙그레 웃었다.


아하, 그거였구나.

비가 오니 취객들이

밖으로 나올 수가 없어서 밤새 그리 고요하고

나도 덩달아 안녕히 잘 잔거구나.


나도 고마운 마음에 빗방울에게 미소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생각이

그 평화를 깨버렸다.

가장 바빠야할 토요일에 비가 오면

세탁소는 그야말로 공을 치기 째문이다.


순간 모든게 사라지고

원망과 근심이 한국에 가고 없는 아내의 자리까지 차지해벼렸다.


한 순간 고맙던 마음이 사라지고

원망과 근심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리는

이 순간의

마음 자리.


도대체 '이 뭐꼬?'


*' 이 뭐꼬'는 참선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두 중 하나입니다.

이 뭐꼬를 계속 참구하다보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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