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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Alaska Cruise

Alaska Cruise - Mendenhall Glacier



우리는 여행 안내소에서

Medenhall 빙하를 다녀오는 셔틀버스의 티켓을 샀다.

한 20분 쯤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은퇴한 지가 꽤 된 것 같은 스쿨버스에

회색 칠을 한 것으로

미국에 와서 탄 버스 중 가장 낡은 버스였다.

언제고 다시는 이런 버스를 탈 기회가 오겠나 싶을 정도로

 낡고 덜컹거렸다.

어찌 보면 그 버스는 알라스카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빙하처럼 자꾸 무너져 내리고

새로운 것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쇠락의 우수를 간직한 곳.

적어도 사람의 손길이 닿는

알라스카의 모습은 그러했다.


버스 운전기사는

예순에서 일흔 사이의 신체 건강한 젊은 노인이었다.

부르클린 출신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기에 

아는 체를 했다.

따지고 보면

나도 미국에서의 삶만으로 따지면

부르클린 출신이다.

지금도 일을 하고 있는 부르클린.


기사는 아주 명랑한 사람이었다.

여러 주를 옮겨 다니며 살다가

이 곳에 정착한 지 한 이년 되었다고 했다.

전직이 경찰관이라고 한 이 양반은

한 이십 분 걸리는 빙하까지 가는 동안에

이것 저것 많은 설명을 해주려고 했다.

친절하고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도중 다리가 하나 보였는데

그 다리를 건너면

국제 공항이 있는데

캐나다로 가는 비행기 편이

일주일에 두 세 번 밖에 없는 그 베행장을

이 곳 사람들은

꼬박꼬박 ' international' airport라고 부른다고 해서

승객 모두가 웃었던 기억이 있다.


자원은 많아도 인구가 적어서인지

알라스카에 정착하는 사람들에겐

주정부에서 정착금을 준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곳에서 많이 잡히는 연어 이야기도 들었다.

똑똑한 연어와 멍청한 연어가 있다고 하는데

갑자기 사람도 똑똑한 사람과 멍청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어느쪽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아들이

스마트 폰이라는 걸

나와 아내에게 선물을 했다.

아내는 제법 자유자재로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눈치인데

나는 아직 전화 받고 거는 일도

힘에 부치니

스마트 폰이라는 이름 자체가

상대적으로 전화기보다도 스마트하지 못한 나를

멍청하다고 놀리는 것 같아서

전화기만 보면 영 찝찝하던 차였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 그것은 스마트 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적어도 내겐.


그런데 멍청한 연어 이야기를 들으니

동병상련이라고 그 멍청한 연어에게

무한한 연민과 애정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분별심은 사람을 병들게 하고

세상을 아프게 만든다.

멍청한 연어의 존재야말로

상대적으로 '똑똑한 연어'의 존재를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러기에 우리는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

주저하하거나 인색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바닷가에 난 길을 달리고

산과 산 사이의

낮은 골 사이에 집들이 있고

사람들은 삶이라는 걸 꾸려가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드디어

빙하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본듯한 모습.

아마도 빙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서일 것이다.




이 곳이 입구.

청정지역이니

음식물이나 음료수도 마실 수 없고

껌도 씹으면 안 된다고 했다.


미국사람들의 자연 보호는 유별난 것 같다.

개발보다는 자연 보호가

훨씬 더 우선권을 갖는다.





드디어 빙하의 모습이 보이고

호수엔 얼음 덩어리가 둥둥 떠 다닌다.

본체로부터의 이탈.


그런 슬픔, 혹은 아픔. - 경험한 자만이 안다.

그 어둔 세상을,





빙하가 녹은 물로 이루어진 호수.

저 물 속에

연어와 숭어가 있다는데----






빙하로 가는 길이 숲 속에 나 있었는데

숲이 주는 싱그러움과

길 옆에 핀 꽃들과 눈 마주치는 재미가

어우러져  상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나와 비슷한 카메라를 든 청년에게 부탁해서 한 장.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입구 근처에 있는

안내소.

빙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전망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추측만 하는 건

우리가 그곳까지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

아니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기어히 그 곳에 가고야 마는 사람.

그냥 지나치는 사람,

가다가 포기 하는 사람.


"거기까지 가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 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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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허무주의 비슷한 것이 요즘 나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좀 묘하다.

젊은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니이체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마음의 힘이 빠진 상태라고 할까?

노자 쪽에 가까와지는----

아무튼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어찌 흘러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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