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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리집 금낭화

 

 

 

해마다 우리집 뜰엔 금낭화가

두 서너 군데 피어나곤 했다.

 

사철나무가 우거진 그늘과

다른 한 쪽의 향나무 밑에 두어 그루씩

봄이면 푸른 싹이 돋고

요맘 때면 어김 없이 꽃을 피웠다.

 

그런 금낭화가 작년인가부터

비실비실 힘을 잃어갔다.

나무며 잎은 물론 꽃마저

영양실조에라도 걸린 것처럼

야위었다.

 

올해는 향나무 밑에서만 꽃이 몇 피었는데

영 볼품이 없다.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 허전해졌다.

내년엔 아무런 자취도 찾아볼 수 없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내에게 물었다.

 

"왜 꽃이 저 모양이지?"

 

"가꾸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꽃이 이쁘게 피기만 바래요?"

 

내 사랑이라는 것이 이 모양이다.

사랑의 손길도 주지 않으면서

꽃은 이쁘게 피어났으면 하는 요행심리.

 

아내의 대답이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은 무심해진 나에게 하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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