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가을입니다.
늘 가을이면 직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부르클린 식물원에 다녀오곤 합니다.
봄에 벚꽃이 찬란한데 몇 해 동안 봄에는 가질 못 했습니다.
지난 주 오후에 시간이 나서
벼락치기로 가을과 만나러 갔습니다.
오후 네 시 가까이 되니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급합니다.
먼저 간 곳이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Japanese Garden.
빛이 좋질 않아서 사진발이 안 먹힐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남은 이파리 몇, 그리고 뉘엿뉘엿 멈어가는 햇빛.
쓸쓸함이 그득합니다.
못 안에는 비단 잉어가 그야말로 유유자적.
마음 바쁜 나와는 상관 없이 놀고 있습니다.
물 반, 고기반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 맞습니다.
내 팔뚝만한 비단 잉어(?)들이 얼마나 많은지----
물이 탁한데다가 어두워서 사진은 좀 그렇네요.
별로 건질만한 사진 거리가 없고
해가 그야말로 노루꼬리만큼 남았으니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합니다.
언덕 위에서 본 장미 정원.
제 철이면 온갖 장미가 요란하게 피어납니다.
그런데 이젠 다 지고 몇 송이 애처롭게 피어 있습니다.
장미들의 수다도 사그러들고
늦가을의 햇살만 게으르게 비칩니다.
여기는 Cherry나무들이 있는 곳입니다.
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지금은 철 지난 바닷가처럼 한적하고 쓸쓸합니다.
가을 오후의 햇살이
나뭇잎 위에서 부서지고--------
공원 한 쪽 인적이 뜸한 곳에서도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하루 해도 저물고 있습니다.
마음이 바빠집니다.
연꽃이 있는 연못입니다.
연꽃은 다 지고 연잎만 바람에 흔들립니다.
바람이 제법 세찹니다.
연잎 아래 급붕어떼.
파란 하늘, 빨간 금붕어.
저녁 햇살이 연잎에 내려 앉았습니다.
물살이 입니다.
햇살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나도 일렁이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피어 있는 연꽃도 있습니다.
연꽃이 피었다 진 자리엔-----
연못 주변에도 갖가지 꽃이 만발했었는데
다 지고 몇 가지 남지 않았습니다.
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원과 인도를 구분하기 위해 심어 놓은 나무 위로
햇살이 내려 앉았습니다.
마치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 같습니다.
저 나무는 햇살이 지나가는 길이 되었습니다.
길.
길이 된다는 것.
그 누군가의, 혹은 그 무엇인가의
길이 된다는 것.
계절이 지나가고
하루가 지나가고
세월이 지나가는 길 목에서
길을 생각합니다.
길이 된다는 것은
햇살을 자기 머리 위에 둔 나무들처럼
낮아지는 일입니다.
그 누군가의 길이 되기 위해서는 한 없이
낮아져야 함을-----
저 햇살, 저 나무들
가을이 깊습니다.
바람 한 줄기 휘익하고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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