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뜰의 봄날 풍경
2주전부터 우리집의 정원 관리가 시작되었다.
6년 전부터
아내의 명을 받잡고 내가 하던 일인데
올 봄부터는정원 관리 업체에게 맡기게 되었다.
그동안 수고한 나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그 분의 배려인지
아니면 정원이 점점 황폐해지는 걸
더 이상 방치하면 아니될 것 같은
일종의 위기감 때문인지는
지금으로서는 그 분의 의중을 알 수 없다.
어찌 되었건 나에겐
자유가 주어졌다.
재미도 없고 소질도 없는
정원관리 일로부터 자유로와진 것은
환영할 일이겠으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노릇이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자유의 댓가는 어마어마한 정원 관리비.
내가 다 부담해야 한다.
자유는 피가 아니라
돈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그 업체의 첫번째 의무가 주어졌다.
우리집 둘레의 큰나무 일곱 그루를 베어내는 일이었다.
며칠 사이에
집 앞의 아름드리 나무 두 그루와
뒷뜰의 나무 다섯 그루,
도합 일곱 그루의 나무가 사라졌다.
나무도 나무지만 나뭇의 숫자만큼
적지 않은 돈도 사라졌다.
사실 집 앞에 있던 나무 두 그루는
막상 베어버린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
베기로한 나무 중 하나는 단풍나무인데
가을이면 붉게 단물이 들면서
우리 식구들 마음에도
그렇게 고운 물을 들이던 나무였기 때문이다.
나는 단풍이 든 나무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글과
방송원고를 쓰곤 했는데
그런 추억 때문에 아내가 나무를 베자고
몇 번 이야기를 했음에도
무엄함을 알면서도 번번히 고개를 저었던 것이다.
또 하나는 침엽수로 사철 푸른 빛으로
늠름하게 서 있던 나무였는데
곧게 하늘로 자라던
그 기품있는 자태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집 나무들은 왜 그리도
세월처럼 잘 자라는지-----
우리 집의 키를 넘고도
또 한참을 더 자랐다.
다람쥐가 나뭇가지 끝에서 우리집 지붕으로
건너 뛰어 난동을 부리는 것이 다반사.
그건 어찌어찌 견딘다고 해도
허리케인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혹시 나무의 뿌리가 뽑히면서
짐을 덥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가슴 속에 있었다.
결국 일곱 그루의 큰 나무는 베어지고
집 둘레에 있는 많은 나무들은
그 키가 반으로 줄었다.
나뭇가지들로 다 정리해서
나무의 모습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처럼
휑하니 허전하다.
가지치기 한 나무들은
내년 봄이면 더 풍성하고 탐스런
잎들과 꽃을 피워낼 것이다.
그러나 베어진 나무와는 영 이별이다.
베어진 나무가 있던 자리엔
흙이 메워지고
잔디씨가 뿌려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푸릇푸릇하게
잔디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무가 있던 자리를
푸른 잔디가 덮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올 것이다.
모르겠다.
올 가을에 단물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을런지는.
그것은 무엇보다도
내 마음이 변덕이 심한데다가
세월이라는 것이 무심한 것이기에
이 둘이 만나면 아픔도 기쁨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몇 해가 지나면 나무가 사라진 풍경에 익숙해져
아주 가끔씩만 베어진 나무들을 기억하게 되겠지.
나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얼마 동안은 가끔씩 누군가에 의해 기억될 것이고
그리고 희미한 기억 마저도 언젠가는 영영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사라지는 것에 대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베어진 나무들을 통해 미리 예행연습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하필이면 봄이다.
여기저기 베어진 가지에서는
색색의 꽃과 잎들이 돋기 시작했다.
눈이 쉴 겨를 없이 바쁘고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잊어버리는 예행 연습도
그리 수월할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마구 돋아나는 꽃들의 빛과 향기에 취해서
사라진 나무는 벌써 내 기억 뒷장으로 넘겨 놓은 채
그저 황홀경에 빠질 뿐이다.
그 모든 기억을 잊으면 어떻고
못 잊으면 또 어떤가.
소중한 추억을 잊어버린다 해도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는 계절 속에
내가 있다는 걸로 핑계를 삼을 수 있을까?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해탈해서 오로지 눈 앞의 꽃잎에 홀려
세월을 잊은 하루.
아뭏든 봄이다.
duckwood
우리집 꽃은 다른 집에 비해 더디 핀다.
얼마 후면 우윳빛 빛으로 변하며 꽃이 벌어진다.
이주 전인가 밖에 내어 놓은
제라늄이 동상에 걸려 잎과 꽃이 다 떨어졌다.
새로 사온 화분을 나무에 걸어 놓았다.
옆집의 단풍나무는 벌써
잎이 다 돋았다.
Japnese Maple.
잎이 돋기 시작.
벚꽃.
나뭇가지가 견디지 못할 정도로 피었는데
올핸 나뭇가지를 잘라 내어
꽃이 몇 송이 피질 않았다.
막 싹이 돋는 이파리 저 너머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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