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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내 마음의 가시나무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 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제가 좋아하는 대중가요 ‘가시나무’의 가사예요.

성전이라 함은 성스러운 전당 곧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을 의미하는데

곧 성당 같은 건물을 뜻할 수도 있지만

우리 마음속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맘속에 가시나무만 울창하다면

아무도 우리 속에 올 수가 없을 거예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하느님까지도 말입니다.

대중가요지만 참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아서

내 맘 속에서 자라고 있는 가시나무는 무얼까하고 묵상하면서

노래 못하는 제가 남이 안 들리게 작은 소리로 가끔씩 흥얼거리곤 하죠.

 

제가 올 초부터 인터넷 상에 블로그를 만들었어요.

처음엔 가톨릭 방송 원고와 틈틈이 찍은 사진을 올려놓으면

혹시 제 개인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서 모든 자료가 없어질지라도

블러그에 있는 자료들은 안전할 거라는 생각으로

컴맹에 가까운 제가 진땀을 흘리며 만들었지요.

그런데 제 사진이 추천을 받아 서너 차례 그 사이트의 표지에 소개가 되었어요.

그랬더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제 블러그를 방문해서 칭찬하는 답글을 남겨 놓는 겁니다.

기분이 우쭐해졌습니다.

제 자신이 무척 잘난 것 같은 기분에 구름 위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퇴근해서 돌아오면 아내나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것보다도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오늘은 얼마나 많은 사림들이 다녀갔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이 아름답다는 칭찬의 말을 남겨 놓았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하느님과의 대화는 뒷전으로 미뤄 놓았습니다.

그렇게 자만과 집착이라는 가시나무가 제 안에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소개의 기간이 지난 후엔 그 많던 사람들의 블러그 방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니 공연히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순간 헛된 사람들의 발길이 멀어지면서 행복도 사라졌습니다.

다시 멋진 사진을 올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칭찬받고 싶어서

마음만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금방 사라질 것들에 집착하는 마음이

제 마음에 가시나무처럼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가을엔 그 가시나무를 다 뽑으려고 합니다.

빈 마음속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주님을 모시고

정말 발걸음을 제게서 돌리지 않는 그분과의 사랑에 푹 빠지고 싶습니다.  

 

 (10여년 전 쯤 썼던 방송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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