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tes (문)
2005년의 일이니까 벌써 만으로 8년이 다 되어간다.
2월도 거의 끝자락에 이른 일요일 아침에
Dr. 강 부부에게 전화가 왔다.
센트럴 파크에 구경을 가자는 거였다.
좀체 어디 구경을 다니시는 분들이 아니기에
좀 의아하긴 했으나
그러마고 했다.
딱히 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다가
미국에서 산 지가 20년이 넘었는데도
센트럴 파크를 내 발로 밟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터라
호기심도 발동했기에그런 제안을 감사히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이 꼭 그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사실 센트럴 파크는 우리가 사는 뉴저지에서
허드슨 강을 건너 남쪽 방향에 위치하고 있으니
강남이라고 해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센트럴 파크 땅을 밟는데 약간의
두려움과 어색함이 있었다.
그것은 누가 내 속에 심어 놓은 것도 아니고
내 안에서 자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20년 넘게 미국에서,
그것도 뉴욕 지역에서 살았으면서도
센트럴 파크는 내가 밟아서는 안 되는
아주 낯 선 미지의 땅이었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산 지가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미국이라는 나라가
내 나라 같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던 터였다.
그런 땅을 Dr. 강 부부에 의지해 밟을 수 있었으니
그건 나에게 영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마침 센트럴 파크에서는
'The Gates"라는 타이틀이 붙은
설치 예술이 전시되어 있었다
해가 나긴 했지만 바람이 불고 추운 날씨였다.
봄을 코 앞에 두고 있었지만
햇살에도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추웠다.
마음처럼 몸도 위축이 되었다.
우리도 인파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문을 지나 또 나타나는 새로운 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몇 개의 문을 지나며
내 안에 있던 어색함과 낯섬, 두려움 같은 것이
슬슬 사라지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그리고 정말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문들을 지나고 있었다.
센트럴 파크 뿐 아니라 미국 땅이
다 내 땅이요, 우리의 땅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면의 두려움이나 열등감을 갖고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자기 안에서
스스로 자라난다.
빛을 만나고
하나의 문을 지나는 노력을 할 때
우리는 그것이 허상임을 깨닫게 된다.
센트럴 파크에 첫 발을 디디면서
보이던 수 많은 오렌지 색의 천으이루어진 문들이
참 지루하다고 느껴졌다.
똑 같은 문들의 반복.
문은 하나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경계이다.
그 문들을 지나면서
내 내면의 세계는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돈 많은 사람이 돈자랑하기 위해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시작한 문 통과 예식이었지만
나에게는 무거운 짐을 벗고
새로운 세계로 아아가는소중한 통과 의례가 되었다.
두려움 속에 갇혀 있기 보다
과감하게 문을 나서기
거기 '신세계'가 펼쳐지거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지 모른다.)
.
Christo라는 남자와 Jeanne-Claude라는 여자의 합작품.
두 사람은 부부라고 함.
1979년무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총 길이가 37Km
설치된 문의 숫자가 무려 7,500 여개.
예산이 무려 5,500만 달러.그 5,500만 달러가 내 생각을 바꾸게 했다. 그런데 5500만 달러로 히틀러 같은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전시는 2005년 2월 12일 부터 2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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