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여행
한국에 머무는 동안
아내의 초등학교 동창들과 신도라는 곳에 다녀왔다.
영종도 부근에서 배를 타고 10여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날은 따뜻하다 못해 더웠다.
하루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가을 날씨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보이는 곳이 신도라는 섬이다.
누군가 목소리가 튼 사람이 배에 힘을 주고
소리를 지르면 들릴 것 같은 그런 거리다.
우리가 떠났던 선착장.
우리 배가 출발하자 새로운 배가 들어왔다.
어떤 이들은 차를 운전해 배에 오르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자전거와 함께 배에 올랐다.
섬이라고 해서 아주 작은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자 마자 내려야 할 시간
버스를 타고 한 20여 분 갔나,
종점에 도착했다.
종점도 한산했다.
길 건너 논에는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가을 햇살 아래
루드 베키아가 바람에 한가롭게
흔들렸다.
나도 덩달아 걱정 하나 없는
꽃이 된 것 같았다.
종점에서 4-5 분 걸으니
갯벌이 나타났다.
갯벌 사이로 붉은 색을 띄고 고개를 내민 것들이
함초라고 들었다.
어디에 좋다는 말도 들었으나
곧 잊어버렸다.
소나무가 있는 바위 저 편에는
났시꾼들이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고기를 났고 있었다.
갯벌엔 게들이 지천으로 널렸다.
얼핏 보면 갯벌의 색과 같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조각 공원에 도착했다.
여기도 입장료를 받는 것 같았다.
제법 트인 갯벌이 나타났다.
눈이 시원해졌다.
갯벌 위로 인천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의 그림자가 천천히 지나다녔다.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갔던 길을 서둘러 돌아 나왔다.
돌아갈 배 시간에 대려면
아무래도 여유 있게 출발을 하는 펀이
마음 편하니 말이다.
다시 조각 공원을 지나고,
아내가 맞은 가을.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하루 소풍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런지.
선착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중간에서 내렸다.
산을 넘어 선착장까지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아내는 때로 걸음을 멈추고
길섶에 핀 풀꽃들과
눈을 맞추었다.
눈을 맞추는 것은
사랑을 나눈다는 말과 같다.
이것이 일명 계란꽃이라고도 하는
개망초?
언젠가도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예쁜 꽃 이름에
'개'자를 붙힌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궁금하다.
나는 미안해서 그냥
'망초야'하고 들릴듯 말 듯
이름을 웅얼거렸다.
어둔 응달의 거미집.
적막한 산 중에도
생존을 위한 팽팽한 긴장이 존재한다.
거미에게는 삶의 터전이지만
그 어떤 곤충에는 무덤이 되는 곳.
햇살 한 줄기가 무심하게 거미줄 위에 내려 앉는 건
또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마침 샘터가 있어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난 샘과 샘터란 말을 좋아 한다.
끊임 없이 새로운 물이 솟아 오르기 때문이다.
오래 된 샘일지라도
물은 늘 새롭기 때문이다.
육신은 쇠락해 가지만
내 안에서 샘물처럼 새로운 정신이
자꾸 솟아 나왔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쉬어갈 수 있는 샘터.
그런 샘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손잡이가 깨진
사기로 된 컵도 샘터의 한 풍경이다.
비록 불완전 하지만
목이 마른 누군가에겐
참으로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물건이다.
낙엽 몇이 물에
떠 있기도 하고
가라 앉아 있기도 하다.
여름 내내 받은 햇살의 향기도
살짝 물 맛에 우러나지 않을까?
제법 땀 흘려 고개를 넘어서
신작로에 이르렀다.
길 옆에 핀 꽃들이 반겨 주었다.
가을 햇살처럼
환한 미소가 건강하게 느껴졌다.
선착장의 나뭇잎에서
가을 냄새가 풍겨 나왔다.
바닷 내음이 서려 있는-----
이 나무에 바람이 스치면
나뭇잎 찰랑 거리는 소리가
파도치는 소리처럼 들릴 것 같다.
선착장 옆 방파제에서는
두 노인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
선착장 반대편 갯벌엔
빈 배가 한 척 있었다.
다른 배의 그림자가
바다에 색을 칠했다.
드디어 배는 출발했고
머지 않아
우리가 처음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 왔다.
꿈 같은 하루의 여행이 끝이 났다.
정말 꿈 같았던 시간.
살아가는 일이
꿈이 아닐까?
한 달이 지난 지금
내 기억 속에서는
기러기 몇 마리가 끼욱대며
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