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a Verde에서 (2)
Mesa Verde를 다녀오면서
남은 것이라곤 아리고 쓰린 마음 뿐이었다.
집 터는 있는데 그 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의
흔적이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글도
Mesa Verde에 대해서는 쓸 수 없었다.
지금도 애잔한 마음만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글을 이어가기에는
내 능력이 턱 없이 부족한 것도 그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한 줄의 글도 뽑아낼 수 없을 정도로
엉킨 마음은 왜 그런 것인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알.수.가 없.다.
이 곳에 서서 보니
Mesa Verde ( Green Table)는 산 위의 넓은 평지를 이르는 것 같았다.
평지위에 자라는 나무와 풀들.
온통 녹색이니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깊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이 쪽과 저 쪽의 벼랑에
수도 없이 많은 굴들이 보였다.
녹색의 평지 아래의 절벽에는 크고 작은 굴들이 있었다.
벽으로 담을 쌓기도 했고
몇 층이나 되는 망루 같은 건축물을 쌓아 올리기도 했다.
바위 윗 쪽이 검게 그을린 흔적이 있는 걸 보면
불을 쓰며 사람이 살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멀리 보이는 벼랑 틈 사이가
다 주거지역(Cliff Dwelling)이었다.
이 곳에 살던 원주민들을
고고학자들은 'Anasazi'라고 불러왔다.
나바호(Navajo)족의 언어로는
때로 '고대 외국인'이라고 해석될 수 있기도 하다는데
현재는 'Ancestral Puebloans'(굳이 번역하자면 조상 푸에블로족)라고 부른다.
현재 그 후손들의 생활 속에
조상들의 삶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을 것이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가풍 같은 것,
그리고 집안 마다 다른
장이나 김치 담그는 법등이
질기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길을 가던 사람은 죽어 사라져도
그 길은 여전히 남아 있고
누군가가 오늘도 그 길을 간다.
아, 핏줄의 그 질긴 끈.
그것도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은 대략 1400년 전 쯤에
이주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곳에서 600년 이상을 번성하며 살았다.
그런데 AD 1300년 경에는
사람들이 다 이 곳을 떠났다고 한다.
왜 일까?
너무 인구가 팽창해서 삶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민들이 이 곳을 떠나기 전,
23년 간 가뭄이 들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일까?
내 짧은 지식으로서는 모른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늘 일어나는 일도 모르는데
어찌 지난 일에 대해 말 할 수 있으랴.
단지 사람들이 이 곳을 떠날 때의 마음이 어떠했을까를
잠시 생각해 볼 뿐이다.
600년 이상을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나는 심정.
길이 끊겼다.
그들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떠났다.
원주민들은 Mesa(Table)에서 농사를 지었다.
토지는 비옥한 것 같았다.
잘은 몰라도 흙이 검은 색을 띄었다.
옥수수와 콩, 채소 같은 것을 가꾸었을 것이다.
야생 동물 사냥도 했을 것이다.
힘들게 가파른 절벽을 기어올라
고단하게 노동을 하고,
어두워지면 지친 몸을 이끌고 벼랑을 내려가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맞아주는 가족이 있음은
허리 아픈 생활에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이 곳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나에게 집이 있다는 사실에
혼자 감격했다.
집이라는 말이 단순히 건물만을 의미할 때,
짐은 생명이 없는 삭막한 공간일 뿐이다.
그런데 그 빈 '집'에 가족이 들어 와
공간과 존재가 결합할 때,
집은 비로소 숨쉬고 온기가 도는,
생명을 지닌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수소 분자 둘(H2)과 산소 분자 하나(O)가 만나서
물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집과 가족이 결합되면,
집은
물처럼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귀한 터전이며 동시에 원천이 되는 것이다.
Mesa Verde는 미국의 국립 공원인 동시에
UNESCO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이 이 곳을 보존하는데 쏠려 있다.
Mesa Verde에는 4,500 군데 이상의 고고학적 유적지가 있으며.
절벽의 주거지도 600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 그 600군데가 넘는 주거지를 보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고고학적인 가치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는 주거지 보다도
가족이 있는 집 하나를 잘 보존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더 중요하지 않을까?
빈 집보다도 사람이으로 차 있는 집이
더 집같은 집,
집다운 집이라 말할 수 있으니까.
무너지고 있는 집이 어디 하나 둘이런가.
아무리 누추해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는 부유하다는 말과 같다.
날이 저물고 어둠이 몰려오는 시간,
머뭇거리며 거리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겐
번듯한 집이 있다 해도
실상은 무너진 집에 지나지 않는다.
집은 시작이며
끝이다.
어디론가 떠날 때도 집은 그 출발선이 된다.
그리고 결국 모든 출발이
귀결되는 곳, 또한 집이다.
집을 떠난다고 하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떠니는 것이다.
위의 두 사진은
태양의 신전 내부를 찍은 것이다.
들어갈 수가 없기에
카메라 든 손을 들이밀어 찍었다.
멀리서 바라본
태양의 신전
위의 사진은
Mesa의 이곳 저곳에 있는 움집터이다.
땅을 파서
칸을 나누고 필요한 공간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로 지붕도 만들었을 것이고----
절벽으로 내려가기 전에
이렇게 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들은 삶다운 삶을 살았을까,
아니면 생존하는데 급급했을까.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은
지금이나 예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교에서 화장실을 해우소라고 한다.
걱정 근심을 풀어 버리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은 해우소(解憂所)다.
걱정이나 근심 같은 것들이
사라지고 또 정화 되는 곳.
그리하여 새로 해가 뜨면 다시 길을 떠날 힘을 얻는 곳.
집은 성전이다.
Mesa Verde를 돌아나오니
해가 하늘 가운데 걸렸다.
입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물론 먼데 산머리에 얹힌 눈을 배경으로 했다.
마치 그곳이
우리 모두가 돌아가야 할 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Mesa Verde는 Colorado주에 있다.
다음 행선지는 Utah주에 있는
Arches National Par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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