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물결은 또 하나의 물결을 지우고

하나의 물결은 또 하나의 물결을 지우고

열흘 가까이 불면의 밤을 보냈다.

원인은 감기로 인한 비염인 것으로 자가 진단을 했다.

내 감기의 공식이다.

코가 막히고, 목이 따가워지면서 이마와 눈과 코 주위가 답답해진다.

그리고 고통이 그 주변을 장악한다.

'Brain Fog'

뇌에 안개가 자욱한 것처럼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한 밤 중에 깨어나서 다시 잠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것이 열흘 가까이 된다.

 

어젯밤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타이레놀 두 알을 작정하고 먹었다.

진통제를 먹는 일은 나와 아내에겐 아주 희귀한 일이다.

타이레놀이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밤 새 별문제 없이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 다섯 시, 아내의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흐린 눈으로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희미하지만 맑고 투명한 하늘이 나를, 그리고 오늘 하루를 맞아주었다.

 

바다로 나갔다.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어도 잠을 잘 잔 탓인지

최근 들어 가장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바다는 다시 싱싱했다.

하나의 파도가 다른 파도를 지우며

스스로 새로워지고 있었다.

 

수억 겁을 지나며 매일, 매 순간 물결은 열반을 한다.

매일 다른 빛과 무늬로 내게 오는 바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새로운 신부를 맞았다.

 

One Wave Erases Another
I’ve spent nearly ten sleepless nights.

Self-diagnosis: a cold leading to rhinitis.

This is the usual pattern when I catch a cold.

My nose gets stuffy, my throat starts to sting, and my forehead, eyes, and the area around my nose feel tight.

Then pain settles in and takes control.

Brain Fog.

Like a thick mist clouding my brain, I can’t function properly.

It’s been almost ten days since I started waking up in the middle of the night, unable to return to sleep.

Last night, I made a decision — I took two Tylenol before going to bed.

Taking painkillers is a rare thing for me and my wife.

But whatever magic Tylenol worked, I was able to sleep soundly through the night.

At 5 a.m., I woke up to my wife’s alarm.

With bleary eyes, I looked out toward the sea.

Though faint, the sky was clear and transparent, greeting me — greeting this new day.

I went out to the ocean.

Even though I wasn’t in perfect condition, maybe thanks to the good sleep,
I felt the freshest I’ve felt in a long time.

The sea was vibrant again.

One wave erasing another,
renewing itself.

Through countless eons, every day, every moment, waves reach nirvana.

The sea comes to me each day in a new pattern, a new light.

And this morning, once again, I received a new 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