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소스페소" (Caffè Sospeso)**
늦가을부터 봄이 시작될 때까지 아침에 바닷가를 산책하며
가장 아쉽고 그리운 것이 커피이다.
거의 중독의 지경에 이른 커피에 대한 나의 열망은
오늘처럼 오슬오슬 한기가 느껴지는 겨울 아침 바닷가에서 절정에 이른다.
혹시라도 커피 잔을 손에 든 채 산책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염치 불고하고 고개 숙여 한 모금 동냥이라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오늘 아침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바람마저 살살 부니
조건반사처럼 나의 커피에 대한 열망에 불씨가 붙었다.
집으로 갈까,
아니면 Rockaway Roaster에 가서 아메리카논 한 잔과 아몬드 크루와쌍을 사서 먹을까?
선택의 시간을 길지 않았다.
92 스트릿에 있는 Rockaway Roaster가 내가 갈등을 겪고 있던 곳에서 훨씬 가까웠다.
발걸음에 가속이 붙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토스트를 한 아몬드 크루와쌍을 주문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지갑을 가지고 나가지 않아서 전화기의 앱으로 결제를 하려는데
무슨 까닭인지 가게의 결제 시스템이 한사코 퇴짜를 놓는 것이 아닌가.
지난번에 슈퍼 마켓에서도 잘 되었는데 오늘은 무슨 까닭으로
기계가 앙탈을 부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안하고 미안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주인인 Victoria가 괜찮으니 아무 때나 갚으면 된다고 하며
아메리카노 한 잔과 따뜻하게 구워진 크루와쌍을 건네주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크루와쌍은 그 순간, 일종의 구원과도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내 방식대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고
지갑을 단단히 챙겨 Rockaway Roaster로 '외상값'을 갚으러 갔다.
빚진 액수에 아메리카노 두 잔 값을 추가해서 받으라는 나의 말에 Victoria는
처음에 무슨 말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설명을 해주었다.
누군가 나처럼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돈이 없거나
깜빡하고 돈을 깜빡 잊고 안 가지고 온 사람을 위해 미리 결제를 하는 것이라고.
이탈리아의 나폴리에는 유래된 전통으로 '카페 소스페소(Caffè sospeso)'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카페 소스페소의 역사는 19세기 초, 혹은 20 세기 초롤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나폴리 카페서는 손님이 자신을 위해 커피를 주문하면서 추가로 한 잔의 커피를 더 지불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선결제된 커피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제공되었다.
카페 소스페소는 따뜻한 나눔의 정신이 반영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사회적 교류와 위로의 상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한 번 카페 소스페소를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공연히 겸연쩍고, 쑥스러워서 매번 그 결심을 미루기만 했다.
그런데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오늘 그 결심을 실행할 수 있었다.
누군가 필요한 이에게 도움이 되는 커피 한 잔에
내 마음과 기도를 담아서 말이다.
작은 마음 하나 나누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렇게 유쾌하고 가벼울 수가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누군가를 위해 커피 값을 미리 지불하는 관습을 **"카페 소스페소" (Caffè Sospeso)**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보류된 커피"라는 뜻인데, 이는 나폴리에서 시작된 전통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커피를 마시면서 한 잔 값을 더 지불하여, 형편이 어려운 누군가가 나중에 와서 무료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관습은 연대와 배려의 정신을 담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며 다양한 형태로 퍼지고 있습니다.
"Caffè Sospeso" (Suspended Coffee)
From late autumn to the beginning of spring, while taking morning walks by the seaside,
the thing I miss and yearn for the most is coffee.
My longing for coffee, which borders on addiction,
reaches its peak on chilly winter mornings like today by the ocean.
If by chance I see someone walking with a coffee cup in hand,
I feel an impulsive urge to beg for a sip, shamelessly bowing my head for a taste.
This morning was no exception.
With temperatures nearing freezing and a gentle breeze blowing,
my conditioned response was an undeniable craving for coffee.
Should I head home?
Or stop by Rockaway Roaster for an Americano and an almond croissant?
The decision didn’t take long.
Rockaway Roaster on 92nd Street was much closer to where I was hesitating.
My pace quickened.
I ordered an Americano and a toasted almond croissant.
But then a problem arose.
I had left my wallet at home, so I tried to pay using an app on my phone.
For some reason, the store’s payment system flatly refused my attempts.
It had worked fine at the supermarket last time,
so I couldn’t figure out why the machine was being so stubborn today.
Embarrassed and apologetic, I stood awkwardly, unsure of what to do.
Noticing my predicament, Victoria, the owner, reassured me, saying I could pay anytime,
and handed me the Americano and the warm croissant.
That warm Americano and croissant felt like a kind of salvation at that moment.
After returning home, I brewed a cup of coffee my way,
secured my wallet, and went back to Rockaway Roaster to settle my “debt.”
I asked Victoria to add the cost of two more Americanos to my bill,
which seemed to puzzle her at first.
So, I explained.
It was for someone who, like me, might want coffee but either couldn’t afford it
or had forgotten to bring their money.
In Naples, Italy, there’s a tradition called Caffè Sospeso.
The history of Caffè Sospeso dates back to the early 19th or 20th century.
Back then, it was customary in Neapolitan cafes for patrons to order a coffee for themselves
and pay for an additional one to be offered to someone in need.
This prepaid coffee would be served to someone facing financial difficulties.
Caffè Sospeso reflects a tradition rooted in the spirit of kindness and sharing.
A single cup of coffee can transcend being just a drink and become a symbol of social connection and comfort.
Inspired by this story, I decided to practice Caffè Sospeso myself one day.
However, feeling shy and self-conscious, I kept putting it off.
But today, as fate would have it, I had the opportunity to act on that decision.
With my heart and prayers wrapped into a single cup of coffee,
I shared a small gesture of kindness.
As I walked home, my steps felt unusually light and cheerful.
***In Italy, the tradition of paying for someone else’s coffee in advance is called "Caffè Sospeso" (Suspended Coffee).
Literally meaning “suspended coffee,” this tradition originated in Naples.
It allows someone with means to enjoy their coffee while paying for an extra one,
so that someone less fortunate can come by later and enjoy it for free.
This practice embodies the spirit of solidarity and consideration,
spreading worldwide in various f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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