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다녀온 것도 거의 한 해가 지났다.
볼거리가 많은곳이 파리라고 하지만
먹거리 또한 볼거리 못지 않게 풍성한 곳이
파리이기도 하다.
어느 식당에 가도 맛이 있었다면 지나치다고 할 지 몰라도
그만큼 갔던 식당마다 실망한 적이 없었다.
그 중 특별한 곳이
가르니에 오페라 하우스의 식당이었다.
이 식당의 색은
빡간 색이다.
카펫부터 의자까지.
너무 아름다운 건축.
실내도 아름답고 호화롭다고 하던데
우리는 조금 늦어서
투어를 할 기회를 놓쳤다.
건물 오른 쪽으로 돌아가면 식당 입구가 나온다.
건물 뒷편의 모습
뒷골목.
투어를 하는 저 버스의 여인.
개선문에서도 보았는데
여기에도.
날도 추운데----
길 옆에 세워진
스쿠터의 백미러에 비친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
해가 노루 꼬리만큼 남았다.
사실 노루꼬리는 본 적이 없다.
사슴 꼬리는 보았지만-----
보지도 못하고 쓰는 이런 표현들.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군밤을 팔고 있는 행상.
틴(teen)으로 보이는 아랍계 소년이
밤을 굽고 있었다.
당연히 한 봉지 사 먹었다.
맛이 아니라
추억을 산 것이다.
해산물을 진열해 놓았다.
해산물을 팔고,
바로 옆에는 식당이 있는 이런 광경이
자주 눈에 띄었다.
식당 내부.
이층의 천장.
짙은 핑크 빛의 식당 의자들.
그리고 잎술 모양.
드링크를 주문하라고 해서 맥주를 시켰다.
그런데 웨이트레스가 자꾸
하이네켄을 권했다.
나는 프랑스에 왔으니 프랑스 맥주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마셔보니
맛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모두 와인을 마시는 이유가
맥주가 맛이 없어서일까.
애피타이저.
맛은 둘째치고
너무 이쁘다.
천천히 먹었다.
빨리 먹는데 익숙한 내가
아주 천천히 먹었다.
음식 나오는 속도가 French Restaurant에서는
Andante나 Largo임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비벼 먹고 말아먹는 데 익숙한 나의 혀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으니
각종 스파이스며 허브의 맛이 느껴졌다.
아하,
맛도 돌비 스테레오로 느낄 수 있는 거로구나.
천천히 걸어야 여러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메인 디쉬.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그러보 보니 파리에서 뚱뚱한 사람은 거의 보질 못했다.
샌드위치도 앉아서 천천히 먹는다.
커피도 종이컵에 마시지 않는다.
앉아서 예쁜 잔에 마신다.
젊은 시절 읽었던 미카엘 엔데(?)의 '모모'가 기억난다.
시간을 도둑질 하는 회색도당들에 대항해서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모모'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은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사람들 또한
아름다울 것이다.
바삐 걸음을 떼느라
보지 못하고, 무시하고, 생략해가며
살던 삶에서
천천히 내 주위의 인간과 사물을 바라보며 걷는 삶으로의
방향전환이 올 해 내 삶의 화두다.
그래야 그냥 숫자 하나 느는 새해가 아닌
진정으로 새로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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