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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 대륙횡단

와이오밍과 사랑에 빠지다

 

와이오밍과 사랑에 빠지다

1. 콜로라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오늘 아침에

와이오밍을 향해 출발을 했다.

 

모텔을 나와 큰길로 막 들어서려는데 어느 상가 건물의 벽화가 눈에 띄었다.

무언가 이 마을의 상징적인 모습을 그린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유추할 수는 없었다.

 

얼마 가지 않아 작은 마을의 경계 지점에 Dinosaur(공룡)이라는 마을 표지판이 있었다.

마을 이름이 'Dinosaur'이라니 호기심이 마음속에 일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가만히 보니 길 이름도 공룡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으나 1966년에 Dinosaur로 바꿨다고 하는데

마을에서 2 마일 떨어진 곳에 공룡 기념관이 있어서

그 명성에 편승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내 머리로는 상상이 되지 않는 세월 전에

이 지역이 굉장한 공룡의 활동 지역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가는 길마다 공룡에 관련된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시작해서 몇백 마일에 이르는 지역이 공룡의 서식지였던 모양이다.

그것을 따라 공룡의 자취를 따라다니는 여행 코스도 개발되어 있는 모양이다.

 

오늘 운전했던 도로는 거의 차량의 이동이 없이 한적했다.

평균 속도 제한이 시간당 70 마일이었는데

어떤 길에서는 거의 30 분 동안 우리를 추월해 가는 차량이 없을 정도였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움직이지도 않고 그대로 멈춰 있는 풍경은

내게 졸음을 몰고 왔다.

워낙 차량 통행이 없으니 당돌하게 길 중간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2. 도로 중간중간에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는데

강을 조감할 수 있는 곳에서 한 가족을 만났다.

워싱톤 주에서 시작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뉴욕까지 횡단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부부와 두 아들, 그리고 딸 하나, 이렇게 다섯 가족의 여행인데

내 주의를 끈 것은 거의 모든 학교가 개학을 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여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여행을 하기 가장 좋은 때가 지금인 것 같다.

방학이 끝나고 유명한 여행지가 비교적 한산하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끼리 함께 하는 달콤한 시간만큼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 가족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했다.

가족끼리 사랑을 나눈 기억을 가진 아이들은 보통 행복한 삶을 살아갈 힘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3. 모텔의 커피 맛이 별로였다.

가스를 넣기 위해 들린 주유소 옆에 맥도널드가 있어서

큰 사이즈 커피 한 잔을 샀다.

제법 내 입에 맞았다.

싼 값에 괜찮은 커피 맛을 보아서인지 아니면 카페인 탓인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4. 와이오밍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산과 물의 조화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첫눈에 와이오밍의 아름다움과 사랑에 빠졌다.

 

5. 우리의 오늘 숙소는 길 끝에 있었다.

산을 한참 기어 올라 거의 숙소에 이를 때까지

아무런 인공의 흔적이 없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도저히 호텔이 있을 거라고 판단이 되질 않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그런데 가슴이 쿵하고 충격을 받고 나서

그 진동이 가라앉을 때쯤 넓은 주차장과 리조트 호텔건물이 나타났다.

 

일체유심조-두려움은 내 마음속에서 시작된다.

 

6. 이곳에 묵는 사람들 대부분은 등산을 하거나, 산악자전거를 타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온 것 같다.

겨울엔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우리만 그냥 하룻밤 묵기 위해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곳의 고도를 보니 대략 해발 2,400미터 정도 된다.

그래서인지 조금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일체유심조, 마음의 조화 때문일까?

 

아내가 해지는 걸 보러 가자고 해서

아내가 찍어둔 장소로 갔다.

그곳에서 바라보이는 바위산이 아름다웠다.

먼저 와서 자리 잡고 있던 그룹과 인사를 나누었다.

동부에 살고 있는 세 사람이 이곳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을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뉴욕에서 운전하고 여기까지 왔으며,

7년 전 내가 60 세 때 했던 여행에 이어 두 번째 횡단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소개를 했다.

한 사람이 "그렇다면 당신 나이가 현재 67세라는 얘긴데 나이에 비해 너무 젊어 보인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그에게 "당신 수학 실력은 아인쉬타인을 능가할 정도입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You made me my day."

 

때론 과장된 말이나 헛된 말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도 있다.

벽화의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알아볼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공룡 마을의 놀이터

계곡을 산책하는 사람

 

들판 곳곳에 유전(?)이 있는 듯

타버린 숲에 가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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