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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2012 Thanksgiving Day

아내의 빈 자리가 크다.

 

Arizona에 계신 친정부모님을 위해

열흘 정도의 일정으로 집을 비웠기 때문이다.

어제가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 Thanksgiving Day여서

식구들이 다 모였다.

그 전날 부르클린에 사는 두 딸과 큰 아들 그리고 내가

같이 집으로 향했다.

큰 딸은 자기 집에서 그리고 막내 아들은

해병대 사령부가 있는 Virginia에서 일찍 출발했다.

우리 동네 Harrington Park에 있는 이탈리언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아이들이 다 왔지만

아내의 빈 자리는 아이들 다 합쳐도 채울 수가 없다.

 

 

 

아내가 없어도 아이들과 웃고 떠드니

행복했다.

아이들 전화기로 사진 한 짱 찍자고 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사진을 보내라고 했다.

제목은 'Happy without you.' (그대가 없어도 행복합니다.)

사실은 'Happier with you' (그대가 있다면 더 행복할텐데----)

 

 

어제 아침 일어나 보니

모두들 잠이 들어 있었다.

나 혼자 9시 미사에 다녀왔다.

아이들이 일어나

big brunch 준비를 해서 같이 먹었다.

 

 

 

오후가 되니

저녁 식사 준비로 바빠졌다.

딸들이 대학에 간 후로 이 날 하루는

우리 부부가 자유로와졌다.

아이들이 모든 음식을 다 준비하는 까닭이다.

지영이가 빈둥대는 남동생들을 불러서

감자를 자르게 했다.

같이 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지영이.

아빠에게도 스스럼 없이 설겆이를 시킨다. 

 

 

 

터키 구이는 늘 조카 세연이의 몫이었다.

여러 해 쌓인 노하우로 늘 맛있는 터키를 굽던 세연이는

London Business School로 박사 과정을 하러 떠났기에

올 해는 누가 터키를 구울지 논란이 분분했다.

이틀이 걸려서 완성되는 터키는

잘못하면 퍽퍽하고 맛이 없는 요리가 되기 때문이었다.

큰 딸 소영이가 그 일을 맡았는데

아주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지방질 없는 터키 고기가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었다.

 

 

 

식탁 주변에 둘러 서서 한 장.

내 동생 가족, 막내 처남 가족, 그리고 막내 처제 가족이 빠졌다.

그리고 아내가 이 자리에 없다.

누가 이 음식을 만들었는지 소개하고 감사하는 시간.

 

 

처남은 분위기 살리느라 벽난로에 불도 붙여 놓았다.

 

 

 

 

다섯 살짜리 영서가

학교에서 만들어온  추수감사절 장식

자기 사진도 들어 있다.

 

 

 

추수감사절 식탁 위에 놓이는 전통 음식.

옥수수와 얌 (물 고구마 맛 비슷함).

얌은 굽기도 하고 파이도 만들어 먹는다.

올핸 소영이가 펌킨 브레드를 구웠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셋째 딸 선영이가 준비한 칵테일이 인기를 끌었다.

불란서 산 St-Germai에다 grapefruit 소다와 Club soda를 섞어서 만드는데

음, 맛이 일품이다.

이름은 'Humming bird'라고 한다.

 

 

 

 

 

우리 큰 아들.

파자마 바지 차밀으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파자마나 sweat Pants를 입기로 했다나----

한국에서 추석에 저런 복장을 한다는 건 상상이 안 된다.

 

 

 

 

 

 

 

식사 후엔 football경기를 보는 것이

미국 사람들의 전통이다.

 

 

그런데 미국 명절에 낯선 음식이 눈에 띄었다.

육개장.

뜬금 없이 육개장이라니.

영서 엄마의 육개장 끓이는 솜씨는

이미 강호에 널리 알려진 터.

큰 딸 소영이 친구 Celina가 부탁을 했단다.

Celina는 우리 식구가 되고 싶어 해서

나영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주고 우리 딸을 삼았다.

미국 사람이 미국 명절에 육개장을 먹는

이 기막힌 광경.

 

 

 

다른 음식은 다 두고

육개장과 밥 한 그릇, 그리고 김치로

흐뭇한 추수갑사절 식사를 하는 나영이.

 

 

 

 

소영이와 남편, Robert의 양말.

절잖은 Robert가 소영이 때문에

많이 타락했다.

 

 

 

온 식구가 둘러 앉아

한 해 동안 감사한 일을 이야기 하며

서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어 갖는 시간.

같이 웃다가 울다가-----

화해와 치유의 시간이다.

아이들은 가족이 있다는 것에 감사를 빼놓지 않았다.

아무리 어려움이 닥쳐온다 해도

가족들끼리의 사랑이 있으면

씩씩하게 삶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다 보니 밤은 깊어가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사는 삶

그런 삷을 산다면

사는 일 자체가 기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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