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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유럽 여행

때론 돌아 가고, 때론 멈추어 서고

때론 돌아 가고, 때론 멈추어 서고

리투아니아에서 라트비아를 거쳐 에스토니아에 이르는 길.

양 옆은 침엽수와 은사시나무 숲이 번갈아 감싸고 있었다.

숲이 끝나면 넓은 들판이 한동안 이어졌다.

너른 풀밭에는 온갖 풀들과 색색의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아직 푸른 밀밭도 있었고,

오렌지 색에 가깝게 잘 익은 밀밭도 가끔씩 눈에 들어왔다.

너른 벌판이 초록과 노란 유채꽃 풍경이 내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밀밭 주변에는 양귀비 꽃이

붉은빛으로 고혹스러운 춤을 추었다.

 

차를 세우고 싶어도 갓길엔 여유가 없었다.

가슴속에 심상으로 남겼다.

오늘, 라트비아에서 리투아니아로 돌아오는 길,

잠시 길을 놓쳤다.

 

시골길로 들어섰다.

 

갓길에 차를 세울 여유가 있었다.

차의 통행이 뜸한 길이었다.

밀밭 가장자리에 양귀비가 바람에 흔들렸다.

스스로 자라나 가장 순수하게 아름다운 들꽃이 주는 아름다움에

세상의 그 어떤 것이 감히 마주할 수 있을까.

 

똑바로 가는 길,

빨리 가는 길.

 

그런 길보다도

천천히 휘어져 가는 길이,

쉬어가는 길이 

때론 더 아름다울 수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이 양귀비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오늘.

 

Sometimes going around, sometimes pausing,
the road from Lithuania through Latvia to Estonia.
On both sides, pine and aspen forests alternated.
After the forest, wide meadows stretched for a while.
In the broad grasslands, all kinds of grasses and colorful wildflowers swayed in the breeze.
There were still green wheat fields,
and occasionally, fully ripened wheat, almost orange in color, caught my eye.
The vast fields of green and yellow rapeseed flowers refreshed my eyes.
Strangely, near the wheat fields, poppy flowers
danced seductively in shades of red.
Even though I wanted to stop the car, there was no room on the shoulder.
I left the scene in my heart.
Today, on the way back from Latvia to Lithuania,
I momentarily lost my way.
I turned onto a country road.
There was space to park on the shoulder.
The road was scarcely traveled.
Along the edge of the wheat field, poppies swayed in the wind.
What in the world could possibly compare to the pure beauty
of wildflowers that grow naturally?
The straight path,
the fast path.
Yet, perhaps more beautiful than such a path
is the winding path,
the leisurely path
that sometimes allows for rest.
Today, my heart blazes red like a po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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