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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이야기

Trick or Treat ?

 

 

 

10월 31일은 할로윈 데이.

나같이 한국에선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겐 그다지 의미가 없는 날.

하지만 미국에서의 할로윈은 작은 축제의 날이다.

어른은 어른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들뜬다.

어두워지면 맨하탄에서는 여러가지 기기묘묘한 분장과 차림새의 사람들이

퍼레이드를 한다. (올핸 아쉽게도 '샌디' 때문에 취소가 되었다.)

 

학교에서도 파티.

직장에서도 파티'

 

은행이나 심지어는 관공서에도

직원들이 기묘한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일을 한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부모들의 손을 잡고

캔디 사냥을 나선다.

가정이나 가게나

아이들을 위해 캔디를 준비해 두었다가 나누어준다.

아이들은 물론 신이나고

어른을 또한 자신들의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날이다.

 

"Trick, or Treat?"

(골탕을 먹겠느나, 아니면 대접을 잘 해주겠냐?)

 

이 말 한 마디에 캔디를 담는 자루에

한 줌의 캔디가 손쉽게 굴러들어온다.

그래서 두어 시간 발품을 팔고 나면

자루에 캔디가 가득 차는,

아이들로서는 그야말로 횡재를 하는 날인 것이다.

 

지난 할로윈 저녁, 여덟 시 쯤에 전화가 왔다.

둘째 지영이의 전화.

 

기쁨으로 들뜬 목소리였다.

"아빠! 브라이언이 프로포즈 했어!"

 

"Congratulations!"

무덤덤한 내 목소리는 막 터진 지영이의 기쁨 섞인 울음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아차 싶었다.

표정관리를 잘 못했다.

말하는 상대방의 흥분의 정도에 맞갑게 대응을 해주어야 하는데

아, 이 무딘 센스.(내 감정과 어긋나는 표정관리는 영 젬병이다)

 

(꽤 오랜 시간을 사귀었고

서로 좋아하는 사인인데 뭐 당연한 거 아닌가?

올 것이 왔을 뿐인데----------- )

 

얼른 전화를 아내에게 미루었다.

아내와 딸 아이는 제법 장단을 맞춰가며

기쁨과 흥분을 나누었다.

 

딸 지영이에게는 살아오면서

'Best Treat'이었을 것이다.

일생을 함께 할 사랑을, 청혼 반지와 함깨 받았으니 말이다.

 

다음날 아파트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Brian이 찾아왔다.

대중교통 수단이 없으니

자전거를 타고 왔다.

손엔 'Ben & Jerry'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우리가 'Red Velvet Cake'flavor를 좋아한다는

지영이의 귀띔을 받았을 것이다.

 

청혼 소식을 우리에게 먼저 알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사과부터 했다.

물론 형식적이긴 했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청혼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입장도 배려를 했다는 것이 기특했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다.

약혼녀에게 반지를 선물하기 위해

치루어야 했을 Brian의 희생이 마음 아팠다.

 

지영이와 Brian은 아직 모를 것이다.

지금의 'Treat'이 'Trick'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세상의 많은 couple들이 그러하다.

처음엔 treat으로 시작한 것이 점점 더 커다란 trick으로 커지다가

결국은 산산조각 나버린다는 것을

 

누군가를 'Treat'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따른다.

더 멋진 Treat을 위해서는 더 큰 자기 희생이 따라야 한다.

상대방에게 베푸는 Treat이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 놀라운 신비를 살아가면서 배웠으면 좋겠다.

 

내가 Brian에게 한 마디 했다.

 

"Brian, you made a decision to take Stella as your spouse.

 Nobody knows if it is the best one yet.

 It's up to you guys to make your decision the very best one."

 

어제보다는 오늘이

그리고 오늘 보다는 내일이

서로서로에게 더 큰 Treat을 베풀며 사는 커플이 되었으면 ----------

 

힘차게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Brian의 등에 대고

중얼거렸다.

 

'너희들의 Treat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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