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 곡절 끝에 큰아들 준기가 Maryland를 출발,
Parris Island에 도착함으로 해서
우리 식구가 다 모이게 되었습니다.
식구가 함께 모인 것이 석 달도 더 되었습니다.
여름에 만나서 민기를 보냈고,
계절 하나를 보내고 가을이 되어서야
다시 만났습니다.
우리 식구 일곱.
무지개 색-바로 그 일곱입니다.
함께 있다는 존재감, 그 하나만으로도
가슴 그득한 충만한 기쁨을 느낍니다.
성서에서 7이라는 숫자가 완전함, 충만함을 뜻하듯이
우리 식구 일곱이 함께 하면
정말 충만한 기쁨을 느끼곤 합니다.
사실 석 달 동안 우리 식구는 말 그대로 이산가족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주로 Brooklyn에 있는 아파트에서
그리고 아이들은 각자 훝어져 살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따로 삶을 이어가면서도
마음은 한 군데로 모아졌습니다.
우리들 마음의 촛점은 바로 민기였습니다.
서로 떨어져 살고는 있었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 식구는 끈끈하게 이어져
일곱이지만 무지개 처럼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민기를 만나러
이렇게 고단하고 긴여행을 마다하지 않고
모두를한 곳에 모이게 하는
그 끈끈함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 성 싶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예비 훈련병은 이렇게
노란 발자국 위에 서 있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저 문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해병대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문'
하나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옮겨 가는 그 경계.
그러니 문은 공간적인 의미보다도
시간, 혹은 차원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문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가서 경험하는 세상.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문을 지나면서 살아왔는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문을 통과해야 할런지----
앞으로 아이들이 하나의 문을 통과할 때마다
더 많은 축복, 그리고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맛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미국기를 세우는 미 해병대원들의 동상.
일본의 지명 같았는데 외우질 못 했습니다.
젊은 시절 그 좋던 기억력이 사라진 지 오랩니다.
자주 잊는 것이 많아지면서
조금은 겸손해진 것 같습니다.
늘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젠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두가 다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은 넓어진 것도 같습니다.
훈련소 3개월 과정의 '마지막을 Crucible'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로 번역을 하면 용광로라는 의미닌데
모든 훈련이 이 과정에 녹아 있고
또 훈련병들도 도가니 같은 지옥을 체험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습니다.
80 파운드에 달하는 총과 군장을 지고
58 시간 동안 잠은 겨우 8시간인가 자면서
아주 적은 식량만으로 행군과 사격등,
그 동안 배운 종합훈련을 끝내고
돌아와 Crucible을 마치는장소가
바로 이 곳이라고 합니다.
이 곳에서 해병대 배지를 나누어 주는데
모든 훈련병들은 배지를 받아들며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한 줌도 안 되는 배지, 그리고 눈물-그것들의 무게가 얼마나 될런지.
눈물 한 방울의 무게가 삶에서 얼마나 무거운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조금은 느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하나의 문을 지나서 비로소 해병이 되었습니다.
문을 지나면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을 지나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이럴 때 문은 환희를 경험하는 곳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다음날이면 졸업식을 마치고
우린 모두 함께 집으로 돌아갑니다.
헤어지기 전 민기는 엄마를 안았습니다.
안는다는 것은 '안'을 만든다는 것과 같습니다.
아들과 엄마만의 내밀한 공간.
그 '안'을 사랑이나 신뢰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만나면 서로서로 안을 만들고
또 그 '안'의 공간을 넓혀갑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민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지영이가 찍고 편집한 동영상을 보며
오늘 하루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매 순간이 기쁨이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늘 같이 있을 땐 소중함을 모르다가
긴 시간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남으로써
새로이 깨닫게 된 진리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한 선물- 그것이 가족입니다.
서로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었던
하루가 그렇게 저물었습니다.
'식구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오후, 아들과 조카들 (0) | 2012.10.16 |
---|---|
우리 아이들 목관 오중주 (0) | 2012.09.20 |
막내 아들 Juilliard 포스터에 등장 (0) | 2012.06.03 |
민기의 미 해군 음악학교 졸업- 아내의 블러그에서 (0) | 2012.05.30 |
5월의 일요일 (0) | 2012.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