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월 중순이다.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해는 이미 서편 하늘 아래로 사라졌으나
아직 여운이 남아 있었다.
한 달 전만 해도 해가 지고 나면
곧 어둠이 누리를 덮어버렸는데
이젠 가마솥의 밥에 뜸이 드는 시간만큼
빛이 뜸이 드는 것 같았다.
젊은 부부가 아이 하나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아내에게 가족사진을 한 장 찍어주라는 제안을 했다.
아이는 아마도 세상에서 맞는 첫 봄일 것이다.
나중에 사진을 보며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서
어떤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인가.
붉은 노을의 색일까,
아니면 파도의 음색일까.
노을 속에
파도 소리도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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