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뉴욕 나들이

뉴욕 나들이 - 사위 Brian의 회사

 

우리 콘도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거울이 반긴다.

뉴욕의 시의 버스와 지하철을 관리하는

MTA(Metropolitan Transit Authority)에서는

65 세 이상의 시민에게는 반 값을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나는 작년 9 월 1 일부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었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서야 비로소 거사(?)를 치르고 

당당히 권리를 획득했다.

MTA 사무실에 갈 때는 2 달러 75 센트를 지불하고

집에 돌아올 때는 반값을 내었다.

새로 발급받은 카드가 지하철 스롯을 미끄러지며

나를 가로막던 바가 찰칵하고 열리는 순간 

1 달러 30(?) 센트 절약이 뭐라고

요즘 뜸했던 열락을 맛볼 수 있었다.

 

사실 할인 프로그램을 위해

두 차례나 온라인으로 신청을 했으나

MTA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딱히 하는 일이 없으면서도

게으름을 피우느라 온라인이라는 방법을 이용했으나

무슨 까닭인지 임무 완수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제 거사를 위해

발품을 팔며 맨해튼으로 출정을 한 것이다.

 

새로운 메트로 카드를 발급받는데 20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리 간단한 일을 컴퓨터를 끼고

고생을 한 것 같아서 살짝 후회가 되기도 했다.

사실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럴 것이라고 믿지만

아무튼 내가 나이가 먹어서인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컴퓨터보다는 사람이 훨씬 좋고 편하다.

 

새로운 교통 카드를 받고 WTC(World Trade Center)로

발걸음을 옮겼다.

WTC 3에 둘째 사위 Brian이 일하는 회사가 입주해 있는데

Brian에게 점심도 사줄 겸,

사무실 구경도 하기 위해서였다.

 

사무실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미리 방문객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고

사진이 있는 신분증이 필요하다.

내 운전 면허증은 공식적으로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 내 수첩 속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었고

Brian은 아침에 이미 방문객 명단에 나를 올려둔 상태였다.

 

Brian은 화요일 하루 회사에 출근하니

얼마나 바쁠지 짐작이 갔지만

그래도 사위가 근무하는 곳을 한 번쯤은 둘러보고 싶었다.

 

한 시간 동안 9.11 추모 공원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다른 때는 못 보았는데 분수 주변에 희생자 이름 속에서

한국인의 이름을 발견했다.

갑자기 그 가족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서양인의 이름은 그냥 지나치다가

한국인의 이름 앞에 잠시 멈추어선 까닭이 무얼까?

편협함일까?

미국살이가 40 년 가까이 되었어도

아직도 한국인의 핏줄 속을 흐르는 피는 묽어지질 않은 것 같다.

 

 

 

오후 1 시 5 분 전에 빌딩의 로비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하러 들락날락하였고

음식 배달을 하는 사람들이 음식 임자를 기다리며 서성거렸다.

 

Lobby

오후 1 시 정각에 Brian이 로비로 내려왔다.

키가 큰 Brian을 보고

이 건물 안에서 제일 키가 크냐고 물었다.

물론 농담이었다.

Brian은 정장이 아닌 캐주얼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회사 직원 중에 정장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장을 한 사람 중 하나가 Brian의 보스였는데

한국인이었다.

Brian의 회사는 56 층에 있었는데

자기 회사에서 한 층을 다 쓴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축구장 크기는 될 것 같았다.

 

부서별로 수십 대의 컴퓨터가 놓여 있는 사무실이 몇 개,

유리벽으로 둘러 싸여 있는 개인 사무실,

유게실 같은 것이 있었고

회의실도 여럿 보였다.

컴퓨터가 그렇게 많음에도 정작 빈자리가 많았다.

모두 집에서 일하는 까닭이라고 짐작했다.

 

나는 가능한 일하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회사를 한 바퀴 돌고

Brian과 작별을 했다.

Brian은 오후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Brian은 그런 나의 마음을 읽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Brian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른다.

그 회사가 뉴욕 스톡 마켓을 지원하는 IT 업체라고 알고 있을 뿐이다.

회사 내부는

흡사 공상 과학 영화에서 볼 것 같은 첨단 시설이 되어 있었다.

 

Brian은 키가 2 미터에 가깝다.

Brian의 회사를 둘러보고는

Brian의 키가 더 큰 것 같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맨해튼 원정길에 어마어마한 전리품을 얻은 느낌으로 

마음속이 채워졌다.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오후 내내 자꾸 어깨가 들썩거리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치 찬란한 나의 봄  (0) 2023.04.25
명자꽃, 그리고 자야 자야 명자야  (0) 2023.04.04
까치 설날, 우리 설날  (3) 2023.01.24
사위들에게 뀌는 알랑방귀  (0) 2023.01.15
뭐지, 이 간사함은?  (0) 202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