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 철 우리집 화단에
그야말로 소담스레 피어나던 옥잠화.
서너군데 무리지어 피어나서
뜨락을 밝히던 보라색 꽃들이
3-4 년 전부터 보이질 않는다.
꽃대가 채 오르기도 전에 낫으로 벤 것처럼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꽃은 커녕 영 볼상 사나워진 것이다.
사슴들의 소행일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주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나갔다가
이웃집에서 사슴 몇 녀석을 만났다.
오후 너덧 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대담도 해라
버젓이 나뭇잎을 훑어먹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꽃사슴이.
그래도 그냥 나뭇잎을 먹기에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어라 이 녀석은 이웃집의 옥잠화를 뜯어먹고 있다.
너 딱 걸렸어.
증거를 잡기 위 해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이걸 어떠나
남의 재산을 훼손하는 동물을 처벌할 방도가 없으니
속이 탄다.
개인적으로 체벌을 하려 해도
동물 보호법이 무서우니
벙어리 냉가슴 앓는 수 밖엔.
현행범인데도 어쩔 수가 없다.
아주 여보란듯이 맛있게
꽃잎을 뜯어먹고 있다.
휴우,
한 철 눈요깃 거리를 제공하던 우리집 옥잠화도
저렇게 저 녀석들 뱃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헐!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거야,
아니면 내가 자기를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약을 올리는 거야?
뻔뻔하기도 해라.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니
옥잠화 몇 송이가 반겨주었다.
사슴들의 침공에도 용하게 살아남은 것이
참으로 애처롭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 동물들의
심술이 예사롭지 않다.
지붕엔 다람쥐들이 활개를 치며
가끔씩 소란을 피우고
숲 속에선 스컹크들이 냄새로 공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너구리는 쓰레기통을 뒤집어 놓기도 하고
새들은 또 어떤가.
집 처마밑을 쪼아대 구멍을 내고-----
그러고 보니 사슴은 다른 동물에 비해 그다지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 것 같다.
하기야 동물들의 입장이서는 자기 들이 살던 터전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사는
인간들이 미울 수도 있겠다.
사람이 힘이 세다고 해서
그들의 환경과 땅을 빼앗은 것이다.
옥잠화를 따 먹는 것 말고는
사슴은 참으로 순하디 순한 동물이다.
마주치면 먼저
도망가는 겁장이다.
이쯤 해서 나도 꼬리를 내려야 겠다.
애들아 먹던 건 마저 먹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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