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은 거의 매일 전철로 출퇴근을 한다.
남이 운전해주는 전철을 타니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좋다.
처음에는 메트로 카드를 슬롯에 넣고
미는 동작도 익숙하지 않아서
기계에게 자주 퇴짜를 맞고는 했다.
시행착오 끝에
이젠 아주 부드럽고 능숙하게 메트로 카드를 사용해서
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메트로 카드를 사용하는 방 법 외에
전철역 안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합법적인 방법은
전화기나 스마트 시계에 앱을 다운로드하여
카드로 결제를 하는 방법이다.
이 두 방법은 당당하게 돈을 내고
입장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젊은 이들 중에는
무임승차하는 이들이 꽤 눈에 띈다.
아주 능숙한 동작으로
출입구 양 쪽을 손으로 받치고
가로막힌 바를 훌쩍 뛰어넘는 방법으로
돈을 내지 않고 전철역 안으로 진입을 한다.
나도 혹시 지갑을 잊고 나왔을 때
목적지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비합법적인 방법을 사용할 경우를 대비해서
허들 경기의 장애물을 넘는 것처럼
바를 뛰어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가끔씩 한다.
요금은 나중에 양심적으로 후불로 지불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과연 비상 상황이 닥치면 내가 젊은이들처럼
그렇게 바를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까?
그런 경우가 오질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혹시라도 바에 걸려 고꾸라지기라도 하면
스타일 완전히 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바를 지나는
새로운 방식을 목도하게 되었다.
엄마와 초등학교 1-2 학년 쯤 되는 아들이
전철을 타기 위해 전철역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아이가 몸을 낮추더니
바 아래로 기어서 통과를 하는 것이 아닌가?
엄마로 보이는 여인은
당당하게 메트로 카드를 이용해서
먼저 통과한 아들 뒤를 따라 바를 통과했다.
Ureca!
나는 지금까지 돈이 없는 위기의 순간에
전철역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은
바를 뛰어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밑으로 기어서 통과하는 신박한 방법을
목도하고는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이젠 만약의 경우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여유가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래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며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어린아이에게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물론 무임승차를 빼고 말이다.
-왜 꼭 뛰어넘을 생각만 하냐고,
이렇게 기어서 지나는 방법도 있는 것인데.-
그러고 보니 바 밑으로 기어서 지나면 다칠 염려도 없으니
어찌 아니 좋을 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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