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언어의 마술사, 혹은 립서비스의 달인

손녀 Sadie와 손자 Desi가

며칠 우리 집에 와서 묵었다.

 

Desi는 가끔씩 이렇게 묻는다.

 

"Are yoy poor?"

 

자기네 집엔 있는데

외할머니 집에는 없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침실이 있는 2 층,

거실과 부엌, 그리고 다이닝 룸이며 래밀리 룸 등

생활공간이 있는 1층,

그리고 자기 아빠의 아지트와 차고가 있는 지하실,

밖으로 나오면 플레이 그라운드가 있는 뜰까지

자기네 집에는 갈 곳도 많고 할 것도 많은데

외할머니 집은 달랑 방 두 개와 그 사이의 거실과 베란다가 전부이니

Desi의 눈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가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손주들은 대접하고 싶어서

어제는 Claudette  카페에 가서

아이들이 원하는 초콜릿 쿠키 몇 개와

크림과 스프링클이 뿌려진 케잌 몇 개를 샀다.

 

돈이 없어도 할아버지가 가오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과자를 고르며

아내는 자신을 위해 오트밀 밀트 라테를 한 잔 주문했다.

내 나이 또래의 손님 하나가

여러 종류의 커피를 주문하러 왔는데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보니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었다.

다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시간이 제법 걸리니 아이들과 아내를 먼저 집으로 보내고

내가 카페에 남아 아내의 라테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먼저 온 손님의 주문이 거의 완료될 때쯤

아내의 라테를 만들기 시작하며

바리스타가 손님에게

라테 위에 하트로 수를 놓아야 하는데

자기가 할 줄 몰라서 걱정이라는 말을 했다.

 

보통 라테를 주문하면 

몇 가지 모양의 문양을 커피 위에 만들어주는데

이곳에서는 그걸 할 줄 아는 직원을 보지 못했다.

 

아내는 팁까지 넉넉하게 얹어주며 부탁을 했을 터인데

(돈을 내는 곳과 커피를 픽업하는 곳이 다르다.)

그 종업원은 그걸 할 줄 모르니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었을 것이다.

 

그때 내가 불쑥 끼어들었다.

 

Don't worry. I'll make invisible HEART with my love(heart).

 

이 말을 듣고 종업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옆에 있는 손님은 'That's so cute!"라며

감동 어린 표정을 지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라테를 건네며

"종업원이 하트 문양을 만들 줄 몰라서 내가 보이지 않는 하트를 만들었는데 보이지?"

"진실로 소중한 것은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법!"(어린 왕자 중)

 

아내는 하트가 보인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되면 나는 '언어의 마술사인가,

아니며 립 서비스의 달인인가?

 

무엇이면 어떠랴,

모두가 행복하면 되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