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낼 때는
체력장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100 미터와 1000미터(여자는 800미터) 달리기를 포함해서
턱걸이(여자는 오래 매달리기)와 달리며 멀리 뛰기, 윗몸일으키기,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손 끝을 밑으로 내리기(이름을 잊었음) 등의 종목에
일정 기준을 적용해서 점수를 주었다.
체력장은 고등학교나 대학 진학을 위해서 필수였으며
아무리 일반 학과의 성적이 뛰어나도
체력장 점수가 시원치 않으면 세칭 일류학교에 진학하는 데
큰 장애가 되었다.
대학에 간 뒤에는
물론 체력장과도 이별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이 굳어지기 시작하는데
어느날 서서 허리를 굽혀 손을 아래로 내려보니
손끝은 아무리 애를 써봐야 복숭아 뼈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먹고사는데 별 지장이 없으니
다시 체력장을 시작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십년을 살았다.
가끔씩 손끝이 바닥에 닿기를 바라며
허리를 굽히며 기를 써도
배둘레햄(뱃살)과 다리 뒤쪽의 뻣뻣한 근육은
손끝이 바닥에 닿는데
넘지 못할 장애가 되어서
포기를 한 것이 어디 한 두번이었던가?
그런데 최근에 운동을 하기 시작하며
발로 무거운 추를 미는 운동을 병행했다.
중간중간에 다리를 뻗어 무게를 지탱하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데
다리 뒤쪽의 근육이 늘어나는 효과를 본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장난 삼아
손끝을 아래로 내려보았더니
별 고통 없이 나의 손끝과 발끝이 상종을 했다.
그리고도 몇 센티미터의 여유가 생길 정도였다.
무릎을 굽히지 않고 허리를 굽혀
손끝과 발끝이 만난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그게 뭐라고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만큼은 아니어도
내 개인적으로는 제법 감격이고 감동이었음을 고백한다.
손끝과 발끝이 만나는 아주 평범한 일이
이런 감격이 될 줄이야
체력장에 열심이던 시절에 어찌 알 수 있었으리오.
어떤 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범사(?)에
이리 감사하고 감격하는 나를 보며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말씀을 실생활에서
실천하며 사는 것 같아 조금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오.늘.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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