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로부터 '아버지 날'에 선물 둘을 받았다.
내가 근육 운동을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운동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선물을 고른 것이다.
어찌 보면 참 사려가 깊은 선물인 것이다.
하나는 운동화인데
내 평생 소유했던 그 어느 것과 비교해도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최고라고 평가하는 기준은
일단 신었을 때 발이 편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가뿐히 통과했을 뿐 아니라
신발 바닥의 쿠션이 좋아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이 공처럼 통통 튀어 오르는 것 같은 경쾌함이 느껴진다.
조금 과장하면 걸을 때마다
마치 양탄자를 타고 지면 위를 나는 것 같은
황홀함을 동반한다.
그러니 그 운동화를 신으면 걷는 일이 즐거워진다.
따라서 하루 종일 더 많은 걸음을 걷게 되는
부수적인 효과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하나의 선물은 시계인데
'Garmin'이라는 브랜드의 시계로
스포츠와 관계되는 여러 가지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음악도 저장해서 운동하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카드 결제도 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편리한 기능을 가진 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숱한 기능을 가진 시계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을 보고,
내가 오늘 몇 걸음을 걸었는지,
몇 칼로리나 소비를 했는지를
아는 정도이다.
나는 워낙 무언가를 몸에 걸치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라
목걸이나 시계 같은 장식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데
아이들 선물이라 며칠 시계를 차고 다니다 보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별로 시계를 볼 일도 없을뿐더러
다른 기능도 나 같은 사림이
그리 전문적으로 내 몸의 건강을
규칙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없기에
아이들이 아버지 날 선물로 준 시계는
아직까지는 내 손목의 자유를 속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단지 퇴근할 때
우리 집이 있는 7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으로 걸어올라 가는데 도움을 주기는 한다.
손목에 감겨있는 시계가 눈치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재까지는
선물로 받은 시계는 돼지 발의 진주 같은 존재일 뿐이다.
운동화가 내 발에 신겨져 날개의 역할을 하는 반면에
시계는 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돼지 발에 감겨 있어도
진주는 진주다.
내 팔에 감겨 있는 시계가
돼지 발의 진주가 아닌
정말 제 가치를 지닌 보물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노력과 정성으로
시계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돼지 발의 진주가 되느냐.
아니면 사람 팔목에 감긴 빛나는 진주가 되느냐는
'오로지 나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어디 시계뿐이랴,
나의 가족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
내가 열과 성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면
세상 모든 이가 빛나고 값진 진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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