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Penny 꼬시기

"먹을 것 주면 돼요. Penny는 먹는 걸 좋아해요."

 

지난주에 볼 일이 있어 자기 엄마(내게는 처제)를 보러 오면서

나에게 들른 조카 혜진에게

내가 어찌하면 Penny(손녀)와 친해질 수 있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돌아온 답이 바로 먹을 것으로 꼬시면 된다는 것이었다.

 

큰 딸이 Penny를 낳고 육아 휴가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져버렸다.

따라서 우리 부부와 Penny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 거리가 생겨버렸다.

 

펜데믹 기간 중에도 몇 번 손주를 보러 갔어도

유리로 된 이중문을 통해서였다.

 

그때에도 손녀 Sadie와 손자 Desi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는데

유독 Penny는 울면서 뒷걸음을 쳤다.

 

펜데믹 때문에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단연 Penny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그 긴 시간을 엄마가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와의 관계 형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맞고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가족들 간의 교류가 잦아졌는데

우리 아이들이나 조카들이 가끔씩

손주네 집을 찾는데 Penny는 그들에게 찰싹 안겨서

아주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태어나서 제대로 내 마음과 정성을 다 해서

안아보지 못 한 손녀 Penny를 

이 번에는 꼭 한번 안아보리라 마음을 먹고

작전 게획을 세웠다.

 

"오라, 먹는 걸 좋아한다고?"

 

미끼는 아내가 구운 초콜릿 쿠키를 사용하기로 했다.

 

손주네 집에 도착하니

먼저 Desi가 문으로 우리가 오는 걸 목격하고는

식구들에게 소식을 전하느라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리가 문 앞에 이르니

Penny가 마중을 나왔다.

Penny가 호기심은 많은 아이라는 건 같이 있어보면 안다.

가까이 오지는 않으면서도

시선의 끈은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Penny가 우리에게 보낸 

첫 번째 시그널이 손키스였다.

영화 시상식에서 여배우들이 날리는

그 우아한 손키스를 나에게 날리다니---

자못 감격스러운 순간이 지나기 전에

Penny가 날리는 손키스는

그 대상에게 빨리 사라지라는 의미라는 것이라고

Penny 엄마가 설명을 해주었다.

한껏 부푼 풍선이 터지는 것 같이

실망감이 엄습해오는 것 같았다.

 

망연자실----

 

정신을 수습하고

작전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미끼를 꺼냈다.

향기로운 쿠키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먼저 'Sadie'를 불러 쿠키 하나를 건넸다.

그리고 허그를 했다.

이어서 Desi 차례도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쿠키 하나와 허그를 맞바꾸는 거래를

실전으로 보여주고

Penny에게도 실습을 시키려는

의도였다.

 

드디어 Penny의 차례가 되었다.

Penny는 나에게 오려하지 않았고

얼굴에 온통 울음기를 머물며

언제 그것을 터뜨릴까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는 penny를 울리고 싶지 않아서

작전 계획이고 뭐고

그냥 쿠키를 Penny 손에 들려주고는

재빠르게 경계 구역에서 벗어났다.

 

작전계획의 명백한 실패였다.

 

"첫 술에 배부르랴"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런 속담을 되뇌며

다음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다음엔 무슨 미끼를 사용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성공 사례를 아이들로부터 들어보고

그 방법을 써야 하나?'

 

그 쪼그만 손녀 Penny가 뭐 그리 대단한 존재라고

오늘 아침에도 그 아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오늘 아침도 이 궁리 저 궁리를 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누군가 그랬다지,

실패는 포기할 때까지 실패가 아니라고.

지금의 실패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투자라는 걸 믿고 싶다.

 

지성이면 감천이고 감인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놈의 뒤바뀐 '송' 땜시  (0) 2021.05.14
나의 사랑법 - 근육 키우기  (0) 2021.05.11
이제 만나러 갑니다  (0) 2021.05.02
일요일 아침  (0) 2021.05.02
세탁소에서 생긴 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0) 202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