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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새 집 - 음악과 꽃 향기

새 집 - 음악과 꽃 향기

본격적인 이사를 하고 두 밤을 

새로 이사한 집에서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이태 전 26 년을 우리 집이라고 불리던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찾아야 했는데

아내는 두 가지 제안을 했다.

 

하나는 New Palz에 있는 단독주택이고

또 하나는 현재 우리가 이사해서 두 밤을 이미 잔 지금의 콘도이다.

나는 마음 속으로 New Palz를 간택하고

희미하게나마 나의 의견을 개진하기는 했으나

결국 현재의 콘도로 아내는 낙점을 했고

나도 동의를 했다.

 

물론 나는 바다보다는

네 계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을 더 좋아하는데

그런 나의 취향에 New Palz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살가운 후보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예산으로

넉넉한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내게는 New Palz의 집이 매력이었다.

 

나에게는 속셈이 있었으니

은퇴 후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의 콘도는 아무래도 층간, 그리고 옆집과의

소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나의 욕망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 삶의 최대 보물인 스피커의 크기는

생대적으로 공간의 제약이 있는 콘도를 선택하는 데

큰 장애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아내는 지금의 집을 강력히 고집했는데

나의 주장을 무력화시키는 근거를 두어 가지

내게 내밀었다.

 

첫째는 바다를 좋아하는 손주들이

여름에 우리 집에 와서 바다에 가서 놀 수 있다는 것인데

이미 여기서 대세는 기울었다.

손주들을 이길 수 있는 할애비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내는 내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당신, 나이가 들어서도 집의 눈도 치우고 낙엽도 치울 거예요?"

 

이 한 말씀에

뉴저지 집에서 잔디를 깎고,

끝없이 떨어지던 낙엽을 치우던 시지프스와 같던 나의 노동,

그리고 겨울에는 가슴까지 내린 눈을 치우던

악몽(물론 즐거운 면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들이 되살아나서

나는 엉겁결에 이 집으로 이사오는데 동의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으니

비교적 적은 공간 때문에 

나의 스피커를 새집으로 가져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스피커는 나의 애착물 1 호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의 콘도로 이사 갈 것에 동의를 하자

이내 아내의 겁박이 시작되었다.

 

"작은 공간에 큰 스피커는 좀 웃기지 않아요?"

 

은근한 목소리로 의견을 말했지만

내게는 협박처럼 들렸다.

 

그 스피커 누구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아주 작고 성능 좋은 것으로 바꾸자며

좋은 것으로 알아보라고 했다.

자기가 내가 원하는 걸로 다 사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하며 회유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스피커와의 생이별이 예고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내 머리 속으로

희망을 빌어도 좋은 별똥별 같은 생각 하나가 

들어왔다.

 

우리가 이사할 콘도는

베란다가 다른 집보다 더 큰 것이라는

아내의 말이 불현듯 생각난 것이다.

 

"큰 베란다?"

 

베란다가 크다는 것은 집 안의 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큰 베란다는 아내의 큰 그림 중의 하나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화초를 베란다에서 키울 수 있는 공간을

아내는 이미 확보한 것이었다.

 

나의 스피커를 희생해서

자신의 취미생활을 풍요롭게 하자는 아내의 흑심을

내가 간파한 것이다.

 

협상을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스피커를 포기하기 전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앙탈을 부렸다.

 

"당신의 희망대로 넓은 베란다를 얻었으니 나도 스피커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소신은 있었으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결국 내 목소리는 아내에게 전달되었고

침실 둘 중 하나를 음악을 듣는 방으로 쓰기로 결정을 했다.

이삿짐 정리는 하나도 하지 않았지만

아내의 통 큰 배려로 이미 오디오 세트는 정리가 끝났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아름답고 따뜻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제 아침 첫 출근을 했다.

 

머지않아 봄이 오고 날이 풀리면

제법 큰  우리 집 베란다에는 푸른 식물과 꽃들이

서로 키를 재며 앞다투어 피고 자랄 것이다.

 

꽃향기와 음악이 넉넉하게 흐르는 우리 집.

 

아직 눈 내리고 바람 불어 춥지만

이미 우리 집은 봄이다.

 

아침마다 새로운 얼굴로 우릴 맞는 하늘빛은 덤으로 얻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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